영화"레 미제라블" 8일 호암아트홀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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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9세기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유명한 동명(同名)소설을바탕으로 시대적 배경을 20세기로 바꾸고 프랑스 클로드 를루슈감독이 재구성한 『레 미제라블』이 호암아트홀등에서 8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소설 『레 미제라블』속 장발장을 숭배하는 젊은청년이 장발장과 비슷한 인생을 살면서 20세기의 온갖 풍상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다.20세기가 시작되는 1900년부터 50년에 걸쳐 한 인간의 비극적 운명과 이를 헤쳐가는 의 지를 그려낸 진한 감동의 인간 드라마다.
클로드 를루슈감독은 19세기의 격조높은 휴머니즘의 세계를 20세기 대중문화양식인 영화를 통해 더욱 짙고도 감동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아울러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던 『남과 여』보다 더욱 섬세하다는 호평도 함께 들었다.
극단적 빈부차의 현실이 등장하는 사회드라마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해 두차례의 세계 대전과 유대인 박해등 20세기의 비극을 바탕으로 가슴 적시는 멜로드라마도 가미돼 영화적 재미가 만만치않기 때문이다.마치 능란한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듯 긴 상영시간(3시간)이 절대 지루하지 않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웃음과 인간미와 예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장 폴 벨몽도)의 모습이 원작의 장중한 무게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문학과 영화의 멋진 합금(合金)」이라는 감탄도자아낸다.영화적 양식도 독특해 상식적이거나 진부 한 영화와는 차별성을 보여주지만 너무 장황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는 1900년,문맹의 가난한 하인 앙리 포르텡이 자살한 주인의 살인범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으면서 시작된다.그의 부인은 남편이 탈옥실패후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뒤를 따른다.
천애고아가 된 아들 앙리는 사회의 냉대속에서 권투선수,이삿짐운반원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데 우연히 주어들은 소설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을 우상으로 삼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2차대전중의 사건묘사다.수용소로 가게된 유대인 가족을 구해준 앙리는 글을 못 읽어 유대인 소녀 코제트로부터 『레 미제라블』의 내용을 들으며 즐거워하지만 곧 헤어진다.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던 앙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벌이던 연합군을 도와 공을 세운다.이후 앙리는 남부지방의 작은 도시 시장이 되고 연락이 끊겼던 유대인 가족과도 감격적인 만남을 이룬다. 젊은이부터 노역까지 능란하게 소화해낸 노배우 장 폴 벨몽도(62)의 열연이 돋보인다.
2차대전중 다섯살짜리 유대인 꼬마였던 클로드 를루슈감독 자신은 가짜 신분증과 뇌물을 동원한 어머니의 국외탈출에 동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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