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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제2부 수로부인(水路夫人) 노인헌화가(老人獻花歌)① 『삼국유사(三國遺事)』는 재미있는 책이다.역사서지만 설화(說話)나 노래가 많이 실려있어 옛날 얘기책 같다.
모두 역사적인 사실을 암시.증언하는 얘기들이다.
곰이라거나 호랑이.말.까치.닭.거북.용 등의 동물도 수두룩하게 등장하는데,이들도 모두 실재하던 역사상의 인물이거나 세력집단을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상징 수법으로 동화쓰듯 역사 책을 써야 했을까.아리영에겐 그것이 궁금했다.
맨처음 『삼국유사』를 읽어보라고 한 것은 아버지였다.
『외교관은 자기 나라 역사에 밝아야 해.그래야 세계사의 흐름에도 눈뜨게 된다.외교관 가족도 마찬가지야.』 의무적으로 읽다가 차츰 재미를 느꼈다.동시에 의문도 많이 가졌다.
그 의문 중의 하나가 상징성에 대한 것이었다.용은 무엇이며,거북은 무엇이며,말.닭은 또 무엇을 상징하는가.해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그래서 읽다 말다 했다.
두번째로 『삼국유사』읽기를 권한 이는 서을희(徐乙姬)여사다.
주부를 위한 문화강좌 「역사대학」에서 만난 출판사 대표다.
『수로부인(水路夫人)대목 보셨어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읽어 보세요.신라 최고의 미인 얘긴데 아주 재미있어요.
』 아리영은 빼어난 미인이다.
길을 가다 마주치면 흠칫 놀라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발그레한반투명의 유리화같은 살결,크고 검은 눈,늘씬한 몸매….
감미한 미모와 우아한 자태는 언제 어디서나 돋보였다.
가꾸지 않아도 아름다웠다.아리영에게 있어 미모는 누구나가 지니고 있는 피부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아리영과 같은 미인을 특수 인종처럼 취급한다. 귀인이나 스타 대하듯하는 이도 있고,애써 천박한 여자취급 하려는 이도 있다.
미인 얘기를 쓴 책들도 많았다.태반이 인형같은 여자이거나 불행한 여자 얘기여서 신물났다.
『삼국유사』의 미인은 어떤지 조바심이 났다.「권 제2.기이(紀異)제2」는 신라 문호왕(文虎王) 법민(法敏)얘기부터 시작된다.문호왕이란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文武大王)을 가리킨다.
수로부인 조도 여기에 끼어 있다.문무대왕의 손자인 신라 제33대 성덕왕(聖德王.702~736년 재위)때 일이다.
『성덕왕 때 순정공(純貞公)이 강릉(江陵)태수(太守)로 부임하는 도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들었다.해안 길은 바위로 병풍처럼에워싸여 있었고,높이가 천길이나 되는 그 바위 봉우리엔 철쭉꽃이 만발해 있었다.순정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이것을 보더니 좌우 사람들에게 말했다.「꽃을 꺾어 내게 줄 사람은 없는가?」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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