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JP “한나라 공천이 …”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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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얼굴·上) 전 대통령과 김종필(JP·下) 전 총리가 얼굴을 맞대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나라당 공천에 대한 성토였다. 두 사람은 2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에서 만나 측근들이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YS 측 김기수 비서실장은 27일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의 초청으로 두 분이 만났다”며 “한나라당 공천이 문제가 많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대선 이후 처음이다.

YS의 불만이 특히 컸다고 한다. 비판은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YS는 “(대통령 경선 당시) 김덕룡 의원은 박근혜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내가 권유해 이명박 쪽을 지원했다”며 “그런데도 공천을 떨어뜨린 것은 인간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경선 때 YS의 최측근인 박종웅 전 의원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김 의원과 함께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박희태 의원의 공천 탈락을 들어 “선대위원장을 공천에서 떨어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혀를 찼다고 한다.

YS는 올 초 자신의 팔순 잔치 때만 해도 “하늘이 이 나라를 돕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러다 이달 들어 태도가 돌변했다. 차남 현철씨가 ‘금고형 이상 공천 배제’ 조항에 걸려 신청조차 못한 데다 YS 직계인 김덕룡·이규택·김무성 의원이 공천 탈락한 것이 YS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민의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아주 실패한 공천이고 잘못한 공천”(18일),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된다”(19일), “중요한 건 믿음인데 정말 놀랐다”(22일) 등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JP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40년 넘도록 정치를 하면서 공천을 부탁하기는 처음이었는데, 측근 한두 사람의 공천조차 외면했다”며 “이 정부가 잘해 주기를 기대했는데 출범 초에 너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18대 총선 이후 다시 회동할 예정이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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