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레프트 ‘실용 보수’엔 ‘실용 진보’ 의식 개혁 나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뉴레프트 성향의 지식인 모임인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김형기·임혁백)이 진보 진영의 의식 개혁을 본격 촉구하고 나선다. 28일 오후 3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개최할 창립 2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다. ‘한국 진보의 대전환:구진보에서 새 진보로’라는 토론 주제를 내걸었다.

2006년 초 뉴레프트를 표방하며 출범한 좋은정책포럼이 이번처럼 ‘구진보 대 신진보’의 대립각을 분명히 세운 적은 없다. 구진보 의식과의 결별 없이는 진보 자체의 생존까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이 자리에서 김형기(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공동대표의 기조발제 형식을 빌려 ‘새 진보 준칙 10항’이 전격 발표된다. 구진보의 환골탈태를 요청하는 일종의 ‘새 진보 선언’이다.

27일 공개된 ‘새 진보 준칙’에 따르면 진보는 스스로 먼저 ‘자기 혁명’에 나서야 한다. 남을 개혁시키려고 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혁명적으로 진보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준칙 1항은 “이념에서 출발하지 말고 실생활에서 출발하자”고 했다. 민중의 실생활과 떨어진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배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점은 “이상주의와 근본주의에 빠지지 말자”는 준칙 2항, “국민의 평균적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을 제시하지 말자”는 3항으로 거듭 강조됐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용 보수’에는 ‘실용 진보’로 응수하자는 설명도 눈에 띈다.

준칙 4항 “반시장경제, 반기업 이미지를 탈각하자”와 5항 “민주주의라는 단일 차원만으로 사고하지 말자”는 제안은 획기적이다. “새 진보는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국민경제를 생각하며, 기업을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혁신·효율성·생산성 증대를 통한 기업과 경제의 성장 없이는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족주의의 틀에 갇히지 말자” “국가안보를 중시하자” “북한 주민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자” “노동의 권리와 윤리를 함께 주장하자”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타협을 지향하자”고 명시한 6∼10항도 주목할 만하다.

김형기 대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위대한 대한민국(Great Korea)을 지향한다”며 “새 진보의 ‘Great Korea’는 자율·연대·생태의 가치와 통일 한국 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수적 버전과 구분된다”고 말했다.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각각 노동·시민운동 관련 주제 발표를 한다.

이병천 강원대(참여사회연구소장) 경제학과 교수, 윤진호(경제발전학회장)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 김호기(의제27 공동대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토론에 참여한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