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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된 보석, 그 황홀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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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티파니의 디자이너 도널드 클래플린(1935∼79년)이 제작한 용 모양 브로치. 67년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백금 골격에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박혀 있다. 눈은 에메랄드이며 터키석을 감싸고 있다. 클래플린은 용이나 개구리·거북 등 유머러스하고 동화적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사진 제공 = 티파니]

1890년경 만들어진 원통 모양의 백수정 향수병. 도마뱀과 파리<左>, 새와 방울뱀 장식이 독특하다.

관람객들의 시선은 노란 빛을 내는, 방울토마토보다 약간 큰 ‘돌’ 에 일제히 고정됐다. 그리고 80개의 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영롱함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128.54 캐럿짜리 옐로우 다이아몬드였다. 1877년 채굴된 이 다이아몬드는 본래 58개의 면으로 세공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당시 디자인 책임자였던 보석학 박사 프레데릭 쿤츠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287.42 캐럿짜리 원석의 절반 이상을 잘라내 80개의 면으로 세공했다. ‘크기보다는 광채가 우선’이라는 원칙이었다. 1995년 프랑스의 보석 디자이너 잔 슐럼버제는 이 위에 다이아몬드 새를 만들어 세팅했다. 이름하여 ‘버드 온 어 락(Bird on a Rock)’. 돌이 ‘예술’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뉴욕 5번가의 보석상 티파니 매장에 전시돼 있던 이 작품을 비롯해 티파니 보석 디자인의 정수가 한자리에 모였다. 28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티파니 보석전’이다.

창립자인 찰스 루이스 티파니의 아들 루이 컴포트 티파니의 작품. 연옥과 자수정이 교차하는 목걸이로 1906년 프랑스 예술학회에서 처음으로 전시됐다.

영국의 유명 미술관 빅토리아&앨버트의 큐레이터인 클레어 필립스가 기획해 2006년 6월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린 이 전시회는 티파니 17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술적 가치 높은 보석 디자인 작품을 한 곳에 모은 대규모 전시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일본 도쿄 전시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한국에 상륙했다. 중앙일보·문화일보·MBC 드라마넷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와 주한 미국 대사관이 후원한다.

최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됐던 고대 그리스 스타일을 재현한 보석 등 예술성 높은 작품들로 꾸며졌다. ‘떠오르는 티파니’를 주제로 한 첫번째 전시공간은 프랑스 황후 유제니가 찼던 허리띠에 장식된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브로치, 1858년 최초의 대서양 횡단 케이블 구축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 제작된 전선 케이블 등 흥미로운 작품으로 꾸몄다. ‘팬시의 왕국’관에서는 미국의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식때 부인에게 선물했던 디자인의 진주 목걸이와 브로치 세트가 눈길을 끈다. 제3전시실인 ‘꿈의 주얼리: 다이아몬드, 진주, 무지갯빛 보석’관에는 1870년대부터 제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됐던 시기까지의 작품들이 자리했다.

‘화려한 장신구’를 주제로 한 4전시실에서는 지팡이나 양산, 지갑, 향수병, 담배 케이스, 시계 등 20세기 초반의 패셔니스타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아이템들이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을 맞는다.

티파니의 디자이너 G. 폴딩 판햄이 1889년 파리 세계박람회를 위해 디자인한 난초 모양의 브로치.

또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장식미술 박물관에서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던 전설적인 보석 디자이너 잔 슐럼버제의 작품, 피카소의 딸인 팔로마 피카소의 대담한 보석 디자인,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시대’관도 볼거리. 이와함께 티파니 창립자인 찰스 루이스 티파니의 아들이면서 미국 최고의 보석 디자이너로 꼽히는 ‘루이 컴포트 티파니’관 역시 전시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단순한 비싼 액세서리가 아니라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진 예술로 승화된 보석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 전시회는 6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는 장소를 부산박물관으로 옮긴다. 27일 오후 열린 개막 축하행사에는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윌리엄 스탠튼 주한 미국 부대사, 티파니 본사의 제임스 퀸 사장 등 25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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