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원인-설계.감리.준공검사 총체적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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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부실시공 외에도 건축허가.감리.준공검사.무리한 매장증설과 증축허가등 총체적 부실로 인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부실설계.감리=대형건물을 지을 때는 적재하중(積載荷重)과 안전율을 고려한 구조계산이 치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국내의 민간건설현장에서는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싼 값에 구조계산을맡기는게 관례화되어 있다.
게다가 건축허가 과정에서도 기둥과 기둥 간격이 16m이상일 경우에만 전문 구조기술사의 확인을 받도록 의무화했으나 이나마도형식적으로 넘어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급공사의 경우에는 감리회사가 지정돼 있는데다 자격을 갖춘 공무원이 현장감독으로 배치돼 부실시공을 감리하고 있으나 민간회사는 설계회사와 감리회사가 같아 부실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각종 대형참사가 잇따르자 지난해 건설관리법을 제정해 민간공사에 대해서도 설계회사와 감리회사를 달리하는 「책임감리제」를 도입토록 했으나 이 조항도 3백가구 이상의 공동주택건설때만 적용토록 한정,나머지 민간공사의 부실감리를 막 을 수 있는법적규정은 전무한 형편이다.
이와함께 대부분의 민간건설 사업주체들이 건설비를 아끼기 위해관급공사처럼 일정한 자격요건등을 우선시해 설계.감리.건설업체를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저가 업체를 선호하고 있어 민간건설 분야의 총체적 부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 되고 있다.
◇엉성한 준공검사=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도 드러나듯 각종 부실이 이뤄졌음에도 관할 구청의 준공검사과정에서 부실을 체크할 수 없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현재 관급공사에서는 감독공무원들이 공사현장에 배치돼 정밀시공을 감시할 뿐 아니라 「다단계준공검사제」등 안전확보를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민간공사에 대한 준공검사는 공무원이 조경시설.건물 용도.주차장확보.조경.단열상태.설비상황등에 대해 설계도면과 시공이 일치하는지 여부만을 파악하는데 그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준공검사도 외장공사까지 끝난 상황에서 이뤄지다보니 구조물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철근배근및 슬래브 두께등은 검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구청등은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건축허가 과정에서 설계의 기초자료인 구조계산서의 정확성 여부및설계도면의 문제점을 거의 파악할 수 없어 민간공사의 부실을 부채질 하고 있다.
◇무리한 허가=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삼풍백화점의 무리한 매장면적 증설 및 증축을 허가해 붕괴사고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21일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울시 도.소매진흥심의위원회를 열어 당초 1만3천7백32평방m이던 삼풍백화점의 매장면적을 무려 1백25%나 늘린 3만9백78평방m로 증설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따라 예전에 운동.업무시설로 사용되던 곳이 엄청난 하중을받는 매장으로 바뀌어 설계 당시 구조계산서의 적재하중을 초과하도록 만들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전문가들은 서초구청은 구조물안전을 고려치 않고 지상 백화점을 떠받치고 있는 지하 1층에 6백72평방m의 증축을 허가해줘 건물전체 안전도를 크게 위협,균열현상등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안전진단 미비=최근 민간건설 부문의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건설관리법은 공사비 1백억원이상 건물 신축현장의 지하굴착공사에 대해서만 1년단위로 전문기관의 안전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했을 뿐이다.
더구나 건물완공 후에는 아파트를 포함한 민간건설 부문의 그 어느 건물에도 안전진단을 의무화하지 않은채 단지 이번처럼 대형참사가 빚어지면 행정지도를 통해 안전진단을 실시,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다중 이용시설인 백화점.극장.호텔등에 대해서도 건물의 유지.관리를 지도.감독할 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삼풍백화점처럼 사고가 발생해야 구조물의 안전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뿐이고,이를 담당할 관청의 조직및 인원마저 없어 안전사각지대가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李哲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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