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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실막을 제도정비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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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개발위주시대,거품경제시대의 대표적 증후군인 안전불감증과 탐욕스런 업자와 행정의 야합,그리고 법과 제도의 원천적 불합리가 어우러진 3위1체의 후진적 대참사다.
이같은 문제의 근본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사후대책없이는 참사가 앞으로도 거듭될 가능성이 있다.
삼풍백화점은 부동산투기와 건설붐이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던 87년에 착공되었다.무엇이든 지었다 하면 떼돈을 벌던 시기였다.
이런 세월이었으니 「안전」을 염두에 둘리 만무했다.그저 빨리빨리 건물의 외형이나 갖추면 그만이었다.당시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문제가 됐던 자재난과 인력난은 바로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였지만 눈앞의 이익과 건설목표 때문에 뒷전이었다.이것이 바로 최근 우리들이 잇따라 겪고 있는 대형 참사의 근본적 원인의 하나다. 삼풍백화점의 경우 당초 4층으로 설계된 건물이었지만 이내5층으로 개조되는등 숱한 설계변경이 있었다.그나마 무너진 뒤에여실히 드러났듯 자재는 거개가 함량과 규격미달이었다.게다가 완공후에도 끊임없이 확장공사를 했다.안전에는 아랑곳 없이 영업이익의 확대만을 노린 탐욕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이런 업자의 탐욕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나.허가와 감독을 맡은 당국의 묵인이그것을 가능케했음은 물론이다.설계변경에서 준공검사에 이르기까지어느 것 하나 업자가 독단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결국 행정도 업자의 「탐욕」에 야합했기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그러면 운용만이 문제였을 뿐 법과 제도만은 완벽했던가.오히려 법과 제도가 부실을 조장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 건설전문가들의 말이다.예를 들어 감리와 설계는 상식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엄격히 분리돼야 마땅할텐데,우리의 경우는 감리가 설계에 종속돼 있고,설계에 종속돼야할 시공은 분리돼 있는 기형적인법과 제도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이로 인한 지극히 형식적인 감리와 제멋대로의 시공으로 해외건설에서는 이름을 드날리는 한국건설이 국내에선 원시성과 날림에서 못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수술에 착수해야 한다.안전진단 지시나 거듭하는 고식적인 대응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삼풍백화점은 지난 3월에 안전진단을 받아 「합격」이 되었는데도 하루 아침에 폭삭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건설투기를 막고,안전과 질위주의 건설로 방향을 유도해야 한다.공무원의 야합을 막을 대책도 필요하다.아울러 감사원이 일반행정과 독립돼 기능하듯 감리도 설계와 시공으로부터 완전분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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