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鬪士서 經世家 변신 아라파트 PLO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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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이 투사(鬪士)에서 경세가(經世家)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21일 터키를 방문,술리만 데미렐대통령에게 경제원조를 호소했다.앞서 지난달 말엔 요르단 실업인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열기도 했다.선진국들의 지원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자 중동 주변국을 향한 발걸음이 잦아졌다.
20대 후반 이미 무장투쟁을 선도했고,69년부터 PLO를 이끌었던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상징 아라파트.이제 65세의 나이로 허리춤에 권총 대신 투자계획서를 차고 동분서주하게 됐다.
지난해 5월4일 자치정부(PNA)가 출범한지 4백일을 넘겼지만 경제부흥의 청사진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동경제(MEED)誌에 따르면 당초 세계은행은 지난해말까지 2억4백만달러의 중장기차관을 PNA에 제공키로 약속했으나 지난 1.4분기까지도 3천5백여만달러에 그쳤다.지난해 11월 파리회담에서 논의됐던 선진국 원조 소식도 감감하다.
정정(政情)불안과 테러 빈발의 탓이 무엇보다 크다.이스라엘인21명이 살상된 지난 1월의 베이트리드 폭탄테러사건으로 가자지구에 접한 이스라엘 국경이 폐쇄됐다.이 바람에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일터에 다니던 이곳 주민들 모두 실업자가 됐다.외국원조또한 무더기로 연기됐다.
이러니 경제가 온전할 리 없다.실업률은 50%를 넘어섰고,자연히 세수(稅收)부족으로 정부기구를 유지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4월부터 오는 9월까지 1억4천5백만달러의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부국(富國)들조차 「밑빠진 독 에 물붓기」는 못하겠다며 냉담한 표정이다.
경제부흥에 필요한 자금은 향후 3년간 최소한 12억달러로 추산된다.이리저리 돈을 꾸고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느라 투사아닌 투자상담가로서 아라파트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질 것 같다.
〈洪承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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