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백과>대상포진-바이러스가 염증.피부발진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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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0대 초반 교수 한분이 하루 전부터 왼쪽 가슴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 불안한 나머지 이른 시간에 급하게 응급실을 찾아왔다.과거에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심한 통증을 왼쪽 가슴에 느끼면서 드디어 나도 협심증에 걸렸구나 하고 고민하며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밤새도록 통증이 계속됐다면 협심증은 아니고 그보다 더심한 심근경색증의 가능성도 고려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진찰을 하고 심전도 등의 검사도 시행했으나 심장에서는 전혀 이상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이상소견이 나오지않았다.결국 이틀이 더 지나서야 확실한 진단이 내려졌다.통증이시작된지 3일만에 왼쪽 가슴피부에 발진이 돋았고 곧 물집이 생겼기 때문이다.협심증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대상포진 때문에 가슴에 심한 통증이 생긴 것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척수신경쪽에 숨어있다가우연한 계기로 다시 활성화돼 먼저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고 뒤이어 피부에 수포를 동반한 발진을 보이는 병이다.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므로 당연히 소위 신경통과 같은 심한 통증 을 느끼게 된다. 보통 몸통 부위의 오른쪽 또는 왼쪽 등 어느 한쪽에 신경분포를 따라 발진이 생기는데 얼굴.다리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
피부병변이 무서울 정도로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물집 몇개 생겼는데 그렇게 심하게 아플수 있느냐고 이 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단순한 피부병같아 보일때도 적지않다.
젊은 사람은 2~3주일만에 깨끗이 낫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에서는 오래 끌거나 후유증이 남는 때가 많다.심한 경우에는 피부가 다 좋아진 후에도 1년 이상 심한 신경통으로 고생하기도 한다.특히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는 심각한 문 제가 될 수있기 때문에 단순한 피부병으로 쉽게 생각할 병이 아니다.피부에발진이 나타나면 대상포진의 진단은 대부분의 경우 쉽게 내릴 수있다.그러나 피부병변이 나타나기 전에는 원인미상의 심한 통증으로 환자 뿐 아니라 의사도 고민한 다.그래서 이 60대 교수분도 왼쪽 가슴의 통증 때문에 우선 심장병이 아닐까 걱정을 많이한 것이다.이처럼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는 피부병도 있다는 것을기억해두자.
〈서울의대 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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