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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만화 주인공은 ‘환경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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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밤비·심바·니모 같은 디즈니 만화영화 속 귀여운 주인공들이 알고 보면 위대한 ‘환경 영웅’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들 주인공이 여러 세대에 걸쳐 어린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환경 보호 정신을 고취시켰다는 케임브리지대 강사 데이비드 휘틀리의 지적을 25일 보도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 『디즈니 만화영화의 자연관(The Idea Of Nature In Disney Animation)』을 최근 펴냈다.

1960년대 환경운동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밤비’가 대표적인 경우다. 사냥꾼들에 의해 엄마를 잃고 홀로 남겨지는 아기 사슴 밤비의 이야기가 혹 사냥 반대 여론을 불러올 것을 우려해 당시 사냥옹호 단체들이 영화 개봉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실종된 아들 니모를 찾아서 온 바다를 헤매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붙잡히는 아빠 물고기 말린의 눈물겨운 부성애를 그린 ‘니모를 찾아서’(2003년 작)도 좋은 사례다. 휘틀리는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현대인들의 상반된 태도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우화’”라고 극찬했다. 또한 야생동물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주변의 자연 환경에 관심을 쏟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바람직한 역할 모델이 돼 준다고 했다.

휘틀리에 따르면 디즈니 만화영화 속에 담긴 자연관은 창립자 월트 디즈니 시대(1937~67년)와 디즈니를 부흥시킨 마이클 아이즈너 전 회장의 시대(84~2005년)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 두 사람 모두 환경 보호에 대한 강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이를 영화에 표출하는 방법엔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밤비’ 등에서 자연을 한가로운 이상향으로 그려냈다. 대자연 속에서 인간과 동물은 편안하고 친근하게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도시 거주자로 환경미디어연합(EMA)을 공동 설립하기도 한 아이즈너는 보다 정치적인 접근 방법을 활용했다. ‘정글북’ ‘라이언 킹’ ‘니모를 찾아서’ 등의 영화를 통해 그는 인류가 자연의 질서를 존중해야만 비로소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휘틀리는 “비현실적이고 대중에 영합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디즈니 영화들이 실은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경외감을 가르쳤다”며 “마음을 열고 보면 이들 영화가 심각한 환경 이슈들을 전달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FOE)의 이사 토니 주니퍼는 “디즈니 영화들이 환경 보호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이들 영화 속에 현대의 소비 문화가 복합적으로 녹아 들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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