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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유럽의 대일본정책" 조홍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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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그때 그때의 국제정치현실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냉전기 국제정치현실에서는 미국의 패권적 위상을 반영하여 미국-유럽관계,그리고미국-일본관계가 국제정치의 전반을 설명하는 중 요한 주제로 당연히 인정되었다.유럽과 일본관계는 별로 연구도 없었고 중요하게부각되지도 않았다.그러나 오늘날 탈냉전 국제정치 현실에서는 미국이 국제정치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약화되었다.학자들에따라서는 이미 국제정치가 미국. 유럽.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삼극권으로 나누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이러한 국제정치현실의 변화를 감안할 때 가장 시급하게 보충되어야할 연구주제가 유럽과 일본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조홍식 박사의 『유럽의 대일본 정책』은 그동안 편협했던 우리의 시각을 보충해줄 수 있는 시의적절한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그의 저서는 유럽경제공동체가 형성된 1958년부터 유럽단일시장이 형성되는 1992년까 지,민족국가들이 모여 형성한 지역통합 단위의 유럽공동체가 과연 어떻게 일본의 도전에 대응하였는가를 심도깊게 분석하고 있다.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유럽의 통합과정과 유럽공동체의 실질적 운영방식을 이익집단.국가행위자.공동체행위자들간 상 호관계의 맥락에서 분석한다.그 다음 일본의 경제적 도전 성격이 유럽에 어떻게 받아들여졌고 그리고 여기에 유럽은 어떻게 대응하였나를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문제가 공동체의 정책대상이 되기까지는 어떠한 과정을 거쳤고 결정된 대응책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집행되었고 그 효력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일본의 경제적 도전과 공동체의 점진적 제도화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도 살펴보고 있다.
이 저서는 야심적인 작품이다.아마도 이 저서에 약점이 있다면바로 저자의 이러한 야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그의 문제의식은 국제정치경제학적인 차원을 넘어 공공정책학,그리고 거시 사회학적 차원에까지 다루어지고 있다.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복잡한 문제의 총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유럽-일본관계의 역동적이고 정치적인 측면은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이는 서론에서 저자가 밝히듯 역사적 또는 산업별 접근방법을 택하지 않은 대가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국제환경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저서라고 생각한다. 尹永寬교수(서울대.국제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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