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거 반성 진실성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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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북 김영남 만나
이해찬 총리(오른쪽)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2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연합]

이해찬 총리는 22일 "(일본의) 과거에 대한 반성에는 진실성이 있어야 하며 또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막된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기조 연설에서 "과거를 왜곡하는 나라,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국가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20세기 식민통치의 과거를 가진 국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과거를 미화하고 잘못을 은폐한다면 그 과거가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지도적 위치에 서고자 하는 국가는 경제력이나 군사력보다는 신뢰와 도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최근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노력에 대해 완곡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 앞서 휴게실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10분간 대화했다.

김 위원장은 "이해찬 국무총리 선생의 정열적인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른 사실을 안다"고 인사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했을 당시에는 좌석이 서로 달라 만나지 못했다"며 "이렇게 멀리 와서 만나게 됐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이 총리는 최근에 입북한 어부를 일찍 돌려보내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독도만큼은 남북이 힘을 합쳐 지켜내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자카르타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민족적 비극"이라며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마치 남북이 통일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주권을 존중해야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교착상태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푼다는 북한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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