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경영권에 도전, 코스닥기업 주총도 몸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코스닥 등록기업의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 경영권에 도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고배당 요구나 이사진 교체와 같은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아예 회사를 인수하려는 소액주주들까지 등장했다.

한림창투 소액주주들은 26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소액주주 대표인 천경득 변호사는 "이미 20% 가량의 소액주주 지분을 모은 상태"라며 "나머지 40%에 해당하는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면 기존 대주주를 물리치고 경영권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결집해 주가를 올리려 한다는 의심을 없애기 위해 경영권 인수 후 새로운 대주주에게 회사를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림창투의 기존 대주주는 KTH(옛 KT하이텔)로 지난해 9월 말 현재 25.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대표이사가 자금횡령으로 검찰에 기소된 적이 있는 한빛네트의 소액주주들도 30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소액주주 측 관계자는 "회사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경영진 교체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막는 정관의 독소조항 삭제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이처럼 세지자 주주총회에 앞서 회사 안팎에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경영권을 둘러싼 마찰이 해결되지 않아 주총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유비케어의 직원들은 11일 경쟁업체인 엠디하우스의 적대적 M&A에 맞서 직원들이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확보에 나섰다. 29일로 예정된 주총장에서 M&A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엠디하우스가 지분의 35%를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우호지분을 합쳐도 30%정도밖에 안 된다"며 "주총 2주 전에는 위임장 확보에 나설 수 없다는 규정을 감안해 내일부터 직원들이 소액투자자들의 설득작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엠디하우스 측도 소액주주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 정좌락 사장은 "소액주주들과 연계해 이번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사 3명의 교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3SOFT.아이콜스 등 최근 최대주주가 바뀐 기업들의 주총도 소란스러울 전망이다. M&A에 반대하는 경영진과 직원들이 정기 또는 임시 주총에서의 표대결을 위해 소액주주 끌어안기에 나설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참여 움직임은 소액주주들의 권리 찾기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잘못된 경영관행을 바로잡거나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를 절대 떨어뜨리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