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出師表-군대를 출동시키며 임금에 올리는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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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출(出)은「출동」의 뜻이다.사(師)는 일반적으로「스승」으로만알고 있는데 그렇다면「出師」는 「스승을 출동시킨다」고 하는 엉뚱한 뜻이 된다.물론 여기에서 師는 「스승」을 뜻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師의 본디 뜻은 「군사」(軍士)다.그래서 옛날에는 군대의 편제(編制)로 사용되었다.지금도 사단(師團)이라는 말이 있다.이점은 여(旅)자도 마찬가지다.「여행」으로만 알고 있는데 역시 본 뜻은 군대의 편제로서 지금 여단(旅團)이라는 말로 남아있다. 표(表)는 물론「겉」이다.그러나 이밖에도「의사를 개진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후에는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의 하나로 쓰이기도 했다.그래서 출사표(出師表)라면 「군대를 출동시키면서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뜻이 된다.「흔히 出師表를 던지고…」라는 말을 하는데 옳은 표현은 아니다.신하가 임금에게출사표를 「던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제갈량(諸葛亮)은 유비(劉備)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감복해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그러나 유비는 북방 위(魏)나라의 땅을 수복하지 못한채 철천지 한을 품고 죽게 된다.그래서 제갈량을 불러 북방을 수복할 것을 유언(遺言 )으로 남겼다. 그는 불철주야 유언을 받들기 위해 노력했다.이윽고 군사를이끌고 위나라를 치기 위해 떠나던 날 아침,유선(劉禪)에게 나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表를 올렸다.여기에서 그는 각 분야의 현신(賢臣)을 추천함과 동시에 유선에게도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올리게 되었다.구구절절(句句節節)충언(忠言)으로 가득 찼다하여 그를 일약 충신의 표본으로 만들게 한 유명한 글이다.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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