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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칼럼>임진강 남계리 여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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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올해를 해방 50년이라해서 정부는 물론 관심있는 단체나 사람들도 저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그러나 해방은 우리에게 분단이었다.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는 해방50년의 「감격」보다 50년의 「비애」가 더욱 깊다.
분단 상황을 감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끔 두가지 상징을들춰내며 인간의 심금을 울려준다.
하나는 임진강 철교 옆이나 철원 평야에 멈춰「철마는 달리고 싶다」며 울고 있는 기차이고,다른 하나는 남북을 거리낌없이 훨훨 날아다니는 철새들이다.
일개 날짐승인 새도 남북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어이하여 남북을 오가지 못하는가 하는 장탄사(長歎辭)가 절로 나올 법도 하다.
낚시란 근본적으로 고기를 낚는 행위다.세월을 낚는 것이 낚시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낚시라는 행위를 피상적으로 관찰한 사람이나,낚시를 너무 형이상학적으로 미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심하게 말하면 낚시를 한답시고 물가에 나와 있기는하나 물고기를 낚는 기술이 없어 허탕치는 사람들의 변명일 경우가 많다.
나는 한때 국토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휴전선 일대를 낚싯대 하나 달랑들고 돌아다닌 일이 있다.왜 그랬을까? 남쪽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새가 아니라서 북쪽으로 날아가 북한의 산천을 뒤지며 북한의 고기를 낚을 수는 없지만 휴전선을 관통 해 흐르는 강물이나 냇가를 찾아 절반정도는 「북한고기」가 틀림없을 물고기를 잡는다.
특히 고기들이 하류로 내려오는 가을철에는 거의가 북한 고기일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런 곳을 예를 들자면 수없이 많다.임진강 상류와 한탄강 상류,그리고 북한강 상류와 서화천 등지가 보통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들이다.누구나 가서 낚으면 북한 고기를 살림망에 가득 낚을수 있다.
철마는 제 자리에 앉아서 울고만 있고,새는 하늘을 날아야만 남북을 오가지만 낚시인은 제자리에 앉아 북한 고기를 낚아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들인가.임진강을 찾아가 북한 고기를 낚으려는 사람들이라면 서울에서 동두천을 거쳐 전곡 일대에 가면 좋다.
남계리 화이트교 군남 등지가 북한고기를 반타작 정도 할 수 있는 대중적인 강낚시터다.〈끝〉 〈한국견지낚시클럽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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