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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中국경주변 각종 돈벌이盛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북한에서는 돈벌이가 이전보다 쉬워졌다고 한다. 농민시장의 판매허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법적 제재도 예전보다 느슨해졌다. 장사 자금을 확보한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북한사회의 변화를 돈벌이 분위기에서 실감나게 체감할수있다. 예를들어 함남 신포의 명태를 함북회령까지 트럭에 실어 판매하면 수입이 짭짤하다. 수송 도중에 걸리면 물건을 회수당하지만 뇌물을 고이고 넘어갈수 있다. 명태 한 트럭분을 수송하다 걸리면 북한돈 1만원이면 그런대로 넘어간다.
수산물이 중국 장사꾼들에게 워낙 인기여서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사는 형편이 훨씬 나졌다(수산품 가격은 표참조). 주민들 사이에 「게으른 집은 가난하게 마련이고 먹고 살려면부지런해야 한다」는 관념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는게 조선족 장사꾼들의 증언이다.농민시장에서 70대 노파가 중국담배를 파는 모습등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농민시장의 열흘장은 북한 주민과 중국 조선족동포들이 어우러져장사하는 곳이다.소규모로 열리는 매일장은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따로 열린다.주민들이 열흘장에 좌판을 벌이려면 장세로 1원 혹은 50전을 내야한다.동포들은 2백원의 장세를 내지만 이를 아까워하는 사람은 없다.
조선족 동포들은 장사 물건으로 간혹 가전제품을 북한에 가져가기도 하는데 이를 시장에 내다팔면 위법이다.수매소에 건네야 하고 수매소는 조선족 장사꾼의 요구가격에 20%이윤을 붙여 주민들에게 판매한다.이것 역시 물건이 달려 못팔 정도 로 불티나게팔린다. 그러나 주민들이 더 애용하는 것은 수매소보다 농민시장의 비밀판매나 가정판매를 통한 개인거래다.「어느 집에 어떤 물건이 들어와 있는지」의 소문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퍼진다.
한달 노동자월급이 1백원이 안되는 사회지만 1만원짜리 가전제품도 거침없이 사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돈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농민시장 인근에 개인식당이 느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개인식당에 관해선 본보 5월29일자 1,3면 참조).시장장사꾼들이 개인식당의 단골이다.
개인식당에선 돼지고기 수육 1접시 1백원,돼지갈비 1백50원,삶은 계란 1접시 1백원,조개살채 50원,게찜 60~70원 등이다.고급요리는 1백원 이상이다.능주(동동주)5백g을 식당에선 25원 받는다.
식당 이용자들은 한팀이 대략 1천원 수준으로 먹어치운다.북한돈으로 따져 엄청난 액수다.그러나 조선족 동포들 뿐만아니라 주민들도 개인식당을 애용하기는 마찬가지다.개인식당에선 적어도 2백~3백원을 쓰게 된다.그런데도 개인식당은 늘 만원이다.
개인식당이 국영.협동식당보다 붐비는 것은 농민시장에서 재료를마음대로 구입해 요리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변지역에서는 돈을 벌려면 한국과 장사하기 보다 북조선과 「보따리장사」를 하는게 낫다는 얘기가 파다하다.연변지역의 도문.훈춘.삼합.삼봉.장백등지를 통해 북한을 드나드는 큰 장사꾼은 2천여명.
북한의 현행 법규상 해외공민의 입국은 1년에 한차례,25일간체류할 수 있게 돼있지만 대개 3개월까지는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줄만 잘 잡으면 이 보다 오래,더 빈번히 북한을 드나들 수 있다.
보따리장사의 이익마진은 최소 2배고,높을 땐 4~5배 남는 장사다.중국물품을 북한에 가져가 팔고 그 돈으로 다시 북한 물품을 사다가 중국에 돌아와 파는 과정에서 이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장사규모가 큰 조선족 장사꾼들은 친척을 동원해 북한에 집을 장만하기도 한다.3~4칸짜리 집은 북한돈 3만5천원이면 살 수있다. [延邊=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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