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원봉사어떻게할까>외국사례와 우리의 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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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5.31 교육개혁」 내용중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관련해 많은의견이 나오고 있다.학생들의 자원봉사 경력을 입시 평가의 토대가 되는「종합생활기록부」에 기록토록 했으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이번 교육개혁에서 봉사활동은 물론 「강제」사항이아니지만 각 대학이 어떤 형태든 입시 사정에 이를 반영할 것으로 보여 결국 중요한 입시「과목」이 된 셈이다.
이번 「5.31 교육개혁」은 미국등 선진 교육의 패턴을 따른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그점에서 자원봉사 역시 마찬가지다.미국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입학사정에 반영하고 있다.
역시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모든 대학이 이를 중시 한다.
그러나 지난 92년부터는 메릴랜드州를 비롯해 미국내 17개주2백여 고등학교가 학생 자원봉사를 아예 졸업 필수과목으로 지정해버렸다.「유도된 강제」에서 아예「제도화된 강제」로 방침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그만큼 청소년기의 자원봉사는 해도 되고,안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는」시민사회의 덕목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일본 역시 문부성 지침으로 자원봉사를 곧 대입 내신에 반영할 계획이다.이점에서「유도된 강제」수준을 제시한 이번 우리의 교육개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진전이라 할 수 있다.
학생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면 문제는 그 운영일 것이다.그점에서 특히 학부모들 쪽에서 여러가지 우려를 하고 있음을 본다.첫째는 입시와의 연계로 자원봉사가 순수성을 잃고 형식적이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둘째는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잘못했다가는 입시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첫번째 이슈와 관련,학생들의 자원봉사를 담당하게 될 학교와 사회단체,그리고 교육당국이 할 일이 많다.사실 자원봉사의 제도화라는 사회적 하드웨어의 큰 틀을 만들 때는 소프트웨어내용물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학생들을 어디에서,무엇을, 어떻게,얼마동안 봉사토록 하게 할 것인가.아무런 프로그램 없이 무작정 학교밖으로 내몰았다가는 봉사에 나섰던 학생도,도움을 받던 수혜자도 상처받기 쉽다.
이런 점에서 美메릴랜드州는 85년 첫 고교 자원봉사 학점제를시행하면서 민관합동의「메릴랜드학생봉사연맹」(MSSA)이라는 기구를 설립하고 일련의 세미나,교사 워크숍등을 실시했다.또 자원봉사를 아예「봉사학습」으로 표현하며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기 위한학습용 교재도 다수 만들었다.93년 여름까지 이 단체에서 훈련받은 교사는 무려 1천6백여명에 이른다.이같은 노력은 사회단체쪽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국청소년 리더십협의회(NYLC)는 91년4월 자원봉사를 학교 교 과과정에 접목시키는 프로그램집을 발간했다.청소년자원봉사는 이처럼 아무렇게나 무작정 시키는게 아니라 교실에서,기관에서 전략적인 프로그램으로 조심스럽게 실시돼야 한다.
두번째 이슈,즉 입시와 관련한 평가의 공정성 문제 역시 해결돼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다.그러나 이는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학부모.학생 입장에선 대학입시라는 민감한 사안에 연결되는 만큼 그 평가에 신경이 쓰이겠지 만 이는 결국 교사를 신뢰하고 맡겨야 할 문제다.무슨 자원봉사를 얼마나 오래 했는가,잘 했는가,학생의 인성발달엔 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등 종합생활기록부의 기록양식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판단은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 .아무리 객관적 방법을 강구한다 해도 어떤자원봉사를 어떻게 인정하느냐는 역시 교사가 할일이다.교사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 만큼 교사들 역시 봉사활동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는 일도 중요하다.
李昶浩〈本社자원봉사사무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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