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좋다] 이종격투기 라운드걸 박계영·강하나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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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양평동의 21세기 복싱체육관. 한국 이종격투기계의 두 '거물'이 링 위에서 만났다. 거물이라고 해서 울퉁불퉁 근육질의 파이터가 아니다. 챔피언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늘씬하고 곱상한 라운드걸들이다.

박계영(23.(左)).강하나(22)씨. 朴씨는 스피릿MC의 라운드걸인 '스피릿 엔젤'중에서, 강씨는 스트라이킥의 '라운드퀸'중에서 간판급이다.

*** 잡지 모델-레이싱걸 출신

"아세요? 우리도 링에 오르기 위해 선수들처럼 치열하게 준비한다는 사실을. 몸매 관리, 그리고 새로운 워킹과 춤을 위해서지요."

두 사람의 체급은 같다. 정확히 1m73㎝에 50㎏. 신체 사이즈도 둘 다 33-24-35다. 그런 몸을 다듬기 위해 매일 두세시간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린다. 대회를 앞두고는 세련되고 역동적인 연출을 위해 거울 앞에서 살다시피한다.

"무엇보다 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지요. 피 흘리며 격렬하게 싸우다 경기가 끝나면 상대를 끌어안고 격려해 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어요."

박계영씨는 2000년 미스 인천 포토제닉상을 받은 연예인 지망생이다. 어릴 때 TV 드라마게임 등에 아역배우로 출연했고, 국악예고와 경문대 모델학과를 나왔다. 잡지 모델, 인천방송 리포터, 스카이라이프 VJ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경험 삼아 링에 올랐다가 반해버렸다고 한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이제는 건강에 대한 자신도 누구 못지않다.

강하나씨는 스튜어디스 지망생이었다. 2002년 수원과학대 항공운항과를 졸업하고 호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 해 말 승무원 시험에서 낙방했는데 그 후엔 불황으로 항공사에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는 지난해 레이싱걸 선발대회에서 은상을 받으면서 스트라이킥에 모델로 스카우트됐다.

"지난해 11월 처음 링에 올랐어요. 무서웠지요. 하지만 링사이드에서 듣는 '퍽, 퍽'하는 펀치소리가 역설적으로 스트레스를 싹 풀어주더군요."

이들은 보통 하루 종일 걸리는 대회당 25만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다. 공식 연습 때는 15만원이다. 경기가 자주 있지 않아 큰돈은 못 된다. 그래도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링에는 꼭 계속 오르고 싶다"고 말한다. "직접 땀을 흘리면서 스포츠의 즐거움과 보람을 알게 됐다"(박계영)는 얘기다.

링은 이들의 무대다. 라운드 피켓만 들지 않는다. 관중을 향해 윙크를 하거나 총 쏘는 시늉을 하면서, 때론 댄스쇼를 벌이며 분위기를 돋운다. 이미 경기장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강씨는 "링 위의 청량제 역할에 만족한다"고 했다.

*** 챔피언 못잖은 인기 누려

스피릿MC 마케팅부 박지경 대리는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없는 라운드걸은 조화(造花)나 다름없다"면서 "두 사람 때문에 격투기장에 오는 팬도 상당수"라고 소개했다. 격투기 경기장에 가면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글=성호준,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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