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北核조율 핵심 뭔가-韓 이번엔 매듭 美 점진적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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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집중돼 있던 관심이 서울로 옮겨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대북(對北)경수로 지원 관련 합의문 공동초안을 만들어 놓았으나 한국의 완강한 문제제기로 더 이상 진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이번에 방한한 로드 東亞太담당차관보와 갈루치 핵담당대사에게 한국형 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역할이 간접적인 표현으로는 충분치 않으니 보다 직접적으로 합의문에 표기돼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다.또 추가부대시설비용지원문제를 합의문에 삽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 것이다.
제네바에서 한국형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분석인만큼 이번에는 북한이나중에 합의문의 해석을 놓고 北-美협상을 다시 제기할 수 없도록 단단히 못을 박겠다는 입장이다.
다자기구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제공한다는 표현만으로 미국기업들이 계약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려고 뛰어들 것이란 점도 한국이 제동을 거는 요인이다.그래서 정부는 적어도 한전이 주계약자라는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시 켜야 한다는계산이다.
「제네바 신드롬」은 미국도 공유하고 있다.3주 가까이 지루하게 계속된 콸라룸푸르 회담을 끝맺으려는 의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상당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평가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입장차는 바로 이 부분이다.미국은 얻어낸 것이라도 문안으로 만들어 공고히 하는 점진적 접근법을 취하자는 것이고,한국은 양보를 더 받아낼 수도 있고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韓美간 협의를 정치적인 담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통상적인 외교채널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 이같은 문제를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만나 타결하는 기회를 급히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국정국은 올 가을부터 실질적으로 96년 대통령 선거전에 돌입하기 때문에 재선을 노리는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과의 까다로운관계를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체제는 김일성(金日成)사망 1주년을 맞아 대외적인 성과를 과시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반대로 한국은 최초의 대규모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시간을 끌면서 경수로 협상 타결이라는 어려운 고비를 선거뒤로 미루는 것이 이롭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이 韓美간 최종조율에는 北美-韓美-南北韓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하고 거기다 각국의 국내 정치일정까지 맞물려 있는 양상이다. 한국이 이번에 강하게 밀어붙이기를 시도한다면 미국은 현재의콸라룸푸르 잠정합의문에 대해 앞으로 한국형 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역할을 직접 보장하겠다고 공언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나갈 가능성도 높다.
〈趙泓植외교전문기자.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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