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봉 위에서 철원평야를 안다

중앙일보

입력


철도 중단점이 있는 신탄리역에 위치한 고대산(832미터)은 등산이 허용된 민통선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최북단 연천군 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는 고대봉 정상에서는 철원평야와 북녘 땅을 볼 수 있다. 수려한 산세와 풍광에 취해 경치를 감상하는 동안 뿌듯해진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일렁인다.
가장 대표적인 산행 코스는 주차장 입구~칼바위~(구)헬기장~고대산 정상~군부대 자리~표범폭포~주차장이다. 이 밖에 무난한 산행을 원한다면 큰골~대광봉~삼각봉~고대산 정상~주차장 코스를 추천할 만하다.
신탄리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고대산 입구로 진입할 수 있다. 입구에서 매표소가 있는 주차장까지는 대략 10~15분 정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 입장료는 1000원. 입장료는 오물수거비용으로 쓰인다.
매표소를 가운데 두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산행1코스, 산행2코스를 따라 오르게 된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이다. 1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고대산 등반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므로 처음부터 무리하게 정상을 오르겠다는 욕심보다는 쉬엄쉬엄 올라갔다가 내려온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오르는 길에는 식수가 없으므로 산행 전에 미리 챙기도록 한다.
한참을 오르다보면 산행1코스와 산행2코스로 나뉘는 기점이 나타난다. 2등산로를 통해 칼바위까지 오르기로 했다. 고대산을 비롯해 모든 산행의 가장 기본적인 묘미는 주변 풍광이다. 특히 고대산이 선사하는 비경은 다른 어느 곳을 닮지 않고 유일무이하다. 아마도 저 멀리 보이는 백마고지와 드넓게 펼쳐진 철원평야 때문일 터이다. 저 철원평야를 마음에 담기 위해 이곳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바위 등산로는 쉬운 코스가 아니다. 아직까지 잔설이 녹지 않은 곳은 매우 미끄럽다. 곧추 선 절벽을 밧줄을 이용해 올라가는 등 오히려 날등성 보다 위험한 구간도 있다. 칼바위 까지 올라가는 길 중간에 난 나무계단과 흙길이 가파르다.
이쯤에서 마음이 다소 조급해지는 것은 고대봉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마음은 벌써 고대봉에 있지만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길을 따라 40분 쯤 오르면 공터가 나오고 다시 가파른 급경사 길을 오르면 칼바위를 통과하게 된다. 정상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내민다.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고대봉비가 서 있다. 등산객들이 꽤 북적거린다. 탁 트인 시야에 대광봉과 삼각봉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신선경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해야 하는 법이다. 능선과 능선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뿌리 내린 나무는 역설적으로 그 강인한 생명력을 뽐내는 듯 보인다. 아직 녹지 않은 눈까지 나무의 근사한 배경을 이룬다. 등산객들은 카메라에서 좀처럼 손을 떼지 못한다.
하산 길은 3.65km. 군부대자리와 폭포로 이어지는 코스다. 봄기운이 미치지 않은 곳에 남아 있는 잔설 때문에 하산길 역시 쉽지는 않다. 내리막에서 아이젠은 필수다. 잘못 미끄러졌다가는 무릎 관절이나 인대를 다치기 때문이다. 내리막길에는 계곡 군데군데 있기 때문에 얼음물이 낙엽사이로 스며들어 길이 질퍽해져 있다. 처음에는 능선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길은 지그재그로 꼬불꼬불 나 있다.
매서운 바람에도 등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는다. 다소 가파른 길과 잡석지대를 내려서니 길이 완만하다. 고대산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표범폭포가 날씨로 인해 빙 폭으로 변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폭포를 지난 다음에는 위험한 구간이 없어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어 갈 수 있다.

정유진 객원기자 yjin78@joins.com

※대중교통편

기차(동두천역~신탄리역); 운행시간 (06:50 첫차, 매시 50분, 50분 소요)
버스는 동두천이나 전곡에서 갈아타야하는 등 불편해 기차를 권한다.

※ 자가용편

서울~동두천: 53㎞, 1시간 20분
동두천~신탄리: 30㎞, 1시간 10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