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탄핵 정국] 野 "나라 위한 일"·與 "권력 찬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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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된 후 맞은 첫 아침에 한쪽은 파시즘을, 다른 한쪽은 나치즘을 말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는 10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盧대통령의 선거 개입보다 더 나쁜 불법은 의회에서 표결을 폭력으로 저지하는 것"이라며 "파시스트 정권 후 어떤 독재정권도 폭력 저지를 일상사로 삼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에서 "탄핵안 발의는 명백한 권력 찬탈 음모"라며 "제2의 쿠데타.나치즘에 버금가는 음모를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사생결단의 현장으로 질주했다.

◇"무조건 181명을 확보하라"=탄핵안을 공동 발의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2인3각 행보를 했다. 최병렬 대표와 조순형 대표는 기자회견 장소는 달랐지만 같은 시각(오후 2시)에 같은 주장을 폈다.

崔대표는 "盧대통령은 헌정질서 문란과 국정 파탄으로 스스로 탄핵 사유를 만들어 왔다"며 "독재 대통령의 등장은 국가의 파국을 뜻하기에 탄핵소추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趙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정당한 탄핵 발의를 내란음모 운운하며 노사모를 선동하고 있다"며 "盧대통령은 쿠데타적 행위의 중단을 즉각 지시하라"고 촉구했다.

두 당은 밖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탄핵안 발의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한편, 안으로는 '159+22'란 작전명을 내걸고 탄핵안 가결 정족수인 181명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날 밤 趙대표와 洪총무는 전화접촉을 하고 11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처리 방침에 대해 논의했다. 통화에서 趙대표와 洪총무는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을 집중적으로 설득하고 자민련을 비롯한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안 의결을 위해 11일 오후 2시와, 12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소집해 놓았다.

한나라당.민주당의 찰떡공조 지속 여부는 11일 오전 盧대통령 기자회견에 달린 것 같다. 盧대통령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경우에 대해 "발표 내용을 본 후 검토할 수 있다"(崔대표)와 "시기적으로 늦은 만큼 의미가 없다"(趙대표)로 갈린다.

◇"막을 수 있다면 뭐든 한다"=열린우리당은 이틀째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했다. 이날 오전 확대 간부회의에서 金원내대표는 면도도 안 하고 넥타이도 매지 않은 비장한 모습으로 의원들을 독려했다. 정동영 의장은 "총선에서 패한다는 야당의 두려움이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귀결됐다"며 "표결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했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 崔대표와 洪총무, 민주당 趙대표.유용태 원내대표.김경재 의원 등 다섯명을 "5적"으로 규정했다.

이날 오후 8시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총에선 민주당이 盧대통령이 사과를 하더라도 탄핵소추안 처리를 강행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유시민 의원은 "표결을 하면 100% 대통령을 내쫓게 될 것이므로 사즉생의 각오로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민의 힘 등 盧대통령 지지 단체 소속 회원 500여명은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탄핵 발의 규탄대회와 촛불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탄핵 의결정족수 변화=11일부터 국회의원 재적의원은 270명에서 271명으로 는다. 한나라당 전국구였던 이상희 의원이 탈당해 의원 수가 한명 줄었다가 11일 중앙선관위가 자동승계 의원을 결정해 국회에 통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2인 탄핵 의결정족수는 180명에서 181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박승희.신용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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