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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눈>조선족문제 바로 알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국 당국이 하얼빈市「조선족축제」에서 한국가수들의 공연을 저지한 것은 조선족에 대한 韓中 양국의 시각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측은 출연저지 이유를「관광」이라는 당초 비자발급 목적에서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실상은「한국의 조선족에 대한 민족동질성 확산 움직임」등에 쐐기를 박자는 경고가 담겨 있다.
중국측의 이러한 과민반응과 의구심에는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은 전인구의 92%에 달하는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중국은 티베트등을 비롯한 일부 소수민족들의 분리운동을 경계하면서 각종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유언어.풍습.문화의 존중.두자녀 허용.대입시 가산점수 부여.자치주의 허용등이 그것이다. 중국정부가 소수민족중 인구수(1백93만명)에 있어 열세번째로 경제.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조선족을 자국민이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절대다수의 조선족들도 자신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이며,또 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우리측에서 보면 조선족이 1백30여년의 불행하고 험난했던 이민사의 격랑을 헤치고 민족 정체성(正體性)을 상당히 보존해온 자랑스런 동족이다.
그러나 이미 이민 3~4代에 이르는 조선족들이 그들 스스로「워궈」(我國)나「주궈」(祖國)는 한국이 아닌 중국을 지칭하고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재미.재일동포들이 말하는「조국」이 한국인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중국당국이 92년 韓中수교를 전후해 고조되기 시작한 조선족들의「남조선」열기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중국 당국이 92년 서울 한민족축전을 앞두고 모든 조선족에 대한 여권발급을 일시 중지한 것이나,리펑(李鵬)중국총리의연이은「민족의식.영토의식고취」에 대한 강도높은 신호도 같은 맥락이다. 마치 오래전에 시집와 손자까지 둔 며느리가 부잣집으로변한 친정에 쏠리는 마음을 경계하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발해.고구려시대 우리 영토였던 만주(東北三省)일대를 되찾아야 한다』는 방중(訪中)한국인들의 비현실적 발언이 늘어나는 것도 중국측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이 종교에 대한 3自원칙(自養.自傳.自治)아래 외국인의 선교활동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수많은 한국종교인들이 동북삼성일대의 조선족을 파고들며 맹렬히 전도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대견스러울 수 있으나 중국의 눈에는 위험스럽게 비치는 것도사실이다.
이런 모습들이 결과적으로 조선족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한국의 순수한 동족애나 일부 관광객의경솔한 발언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측이 그 진의를 곡해하거나 확대해석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정부가 이번 하얼빈市 사건을 계기로 조선족과의 관계를 경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색은 배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중국은 유의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일부 언론이나 학술단체의 역사유적탐사는 고토(故土)회복 차원과는 거리가 먼「우리 역사를 바로 알자」는 것임을중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과민반응은 오히려 韓中양국간 관계발전을 가로막을 수도있다. 우리의 對조선족 정책은 그들이 중국땅에서 자랑스런 중국인으로 살아가는데 경제적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정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말로는 동족임을 떠벌리면서도 몇푼의 돈을벌기 위해 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은 조선족을 깔보고 수모를 주는2중성부터 바로잡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산업부장.前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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