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색문화공간>7.美보스턴市 하버드 스퀘어

보스턴 레드라인의 하버드역 지하철 출구앞의 아담한 광장. 깔끔한 아이비차림(편집자주:美동부 명문대학의 전통 복장)의 하버드대학생 12명으로 구성된 아퍼튠(Oppertune)이라는 아카펠라(무반주합창)서클이 코믹한 50년대식 율동으로"좀비 잼버리""페이퍼백 라이터"등을 열창하자 모여든 행인과 서점 "하버드 북스토어"에선 마침 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가 책사인회와 함께 학생들과대화를 주고 받는다. 또 오봉팽(AuBonPain)빵집에선 이 지역 체스의 최고수인 머레이 턴불이 2달러에두뇌싸움 한판씩을 벌여준다. 학생들의 낙원이란 이런 곳일까.
하버드역 출구를 나서면 미국신문.잡지는 물론 프라우다를 비롯한동유럽권신문까지 세계의 정보를 파는 작은 가판대건물이 있다.
하버드대 초창기엔 목초지,그 다음엔 전차의 종착역이었다는 이건물을 1천여평의 작은 계단식광장이 둘러싼다.좁게는 이 주변,넓게는 이곳에서 사방 10분걸음내의 거리를 「하버드스퀘어」라 부른다. 담쟁이낀 붉은 벽돌의 하버드대 건물과 뒤섞인 거리곳곳엔 책방.극장.노천카페.주점.레코드가게등이 즐비하다.1년내내 거리의 악사.마술사.학생.무명악단들의 공연과 퍼포먼스가 끊이지않아「거리공연」의 세계적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90년에는「80㏈을 넘지 않으면 어떤 유형의 앰프.악기사용도허용한다」는 특별조례까지 제정돼 국제거리예술인길드(ISAG)에서는 이곳을 거리공연의 세계 5대 메카로 공인했다고.거리공연외에도 연극.영화.문학토론.버추얼리얼리티(가상현실 )등 모든 유형의 대중문화와 고급문화가 교차하는 이곳은 3백60년 하버드역사와 함께 미국 캠퍼스문화의 모델을 이뤄왔다.
이날 거리 공연에 박수를 보내고 있던 보스턴대 경제학부 졸업반 마티아드 하안(21)은『인구 50만명의 보스턴에선 다섯명중한명이 학생』이라며 『편리한 지하철을 이용해 이웃한 케임브리지의 보스턴.MIT는 물론 보스턴주변 50여개 대 학의 학생들이운집하는 곳』으로 하버드스퀘어를 요약한다.
직접 아카펠라공연에 참여한 윌리엄 허치슨(19.하버드대 역사.과학부2년)은 『이곳은 10분이내에 대학생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값비싼 공연장을 구하기 어려운 학생.가난한 예술가들에겐 거리공연의 천국』 임을 강조한다. 브라이언 웡 (18.하버드대 생화학 1년)은『최근 이곳의「헤이스티 푸딩」식당에서 올해의 스타로 하버드스퀘어에 초청한 미셸 파이퍼와 톰 행크스가 거리퍼레이드를 해 학생들의 열광적 환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특이한 것은 하버드스퀘어의 상점들이 대학생,나아가 대학문화에기여하는 구조에 있다.
이날부터 시작된「하버드스퀘어 북페스티벌」은 비영리기구인 하버드스퀘어 서점협회에서 주관한 행사.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곳 서점들이 오에 겐자부로는 물론퓰리처상 수상작가 제인 스마일리등 저명작가를 초청,저자와의 대화등 각종 거리이벤트를 무료제공하고 있다.
『이 기간중 책판매수익은 대학 자원봉사자들에게 기부돼 결국 학생들의 몫이 된다』는 게 하버드스퀘어비즈니스협회 사무국장 크리스틴의 설명이다.
더구나 학생증만 있으면 책.CD구입,연극.영화공연등 문화생활비용의 10~15%가 대부분 할인되고 학생들에의 에이즈확산방지를 위해 전 상점들은 화장실에 콘돔판매기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었다.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 하버드스퀘어의 또다른 명물 「하우스오브 블루스」가 불을 밝힌다.블루스만을 전문으로 연주하며 하버드생들의 밤을 지배하는 이 술집은 하버드대재단에서 투자한 이색주점.이곳의 부지배인 에이던 스컬리는 『하버드대측에 서 이곳에기금을 투자,연4백만달러의 수익중 상당부분을 졸업반학생의 장학금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하버드대 구내 카페가 두 곳 있지만 저녁땐 문을 닫아『사실상 하우스 오브 블루스가 대학카페구실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
『왜 이곳이 이색공간이냐』고 의아해하는 신입생 R 데사이(MIT 전기공학1년)에게 번득이는 상혼의 술집과 옷가게만 가득한우리의 대학가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는건지.
보스턴에서 글 =崔 勳기자 사진=白鐘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