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탐사선 '로제타'호 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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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을 탐사하는 유럽의 우주선 '로제타'가 10년간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려서 발사된 것이다. 로제타는 평균 초속 3.4㎞의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된 끝에 발사에 성공한 로제타는 우주탐사상 가장 큰 액수인 12억5천만달러가 투입됐다. 로제타는 2014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혜성의 표면에 소형 착륙선 '파일래'를 내려놓게 된다. 무려 70억㎞를 여행한 뒤다.

발사 후 로제타는 독일에 있는 지상 기지국과 무사히 교신을 해냈다. 지상 기지국은 앞으로 8개월 동안 로제타에 탑재돼 있는 장비를 원격으로 점검한 뒤 로제타를 '동면상태'에 들어가게 할 계획이다.

소형 착륙선 파일래는 무게가 1백㎏ 정도다. 파일래는 혜성의 약한 중력 덕분에 1천m 상공에서 거의 사람이 걷는 속도로 서서히 내려지게 된다. 퉁겨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살 같은 것으로 표면에 딱 붙게 된다. 파일래는 혜성 표면에서 최소한 일주일 동안 각종 첨단 과학장비로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 정보는 로제타가 릴레이 방식으로 지구로 보내게 된다. 파일래에 실린 각종 첨단 장비가 혜성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혜성 표면의 파노라마와 입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 장비▶혜성 표면 2m 깊이를 살필 지진계▶혜성 땅 밑 특성을 살필 고정용 작살에 달린 센서▶혜성 자기장과 주변 태양풍 간의 상호작용을 관측할 자기탐지기 등 다양하다.

로제타는 50개 유럽 회사들이 연합해 만들었다. 무게는 3t 정도. 태양전지판을 펼치면 32m나 된다. 화성을 지나서는 태양전지에만 의지해 항해하게 되는 첫번째 우주선이다.

로제타에도 각종 탐사장비가 실려있다. 혜성의 핵과 주변 성운 물질의 분석을 위해서다. 자외선 분광계, 마이크로파 분광계, 우주먼지 수집지 등이다.

로제타는 혜성에 도달하기 전에 태양을 중심으로 큰 궤도를 그리며 4차례 선회하다가 행성을 이용한 이른바 '새총'효과를 위해 행성에 네번 접근한다. 연료를 절약하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혜성에 접근, 가속도를 얻기 위해서다. 행성 중력의 힘으로 튕겨져 나가는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로제타는 2015년까지 혜성에 대한 관측활동을 하며 태양계 생성 초기 때부터 존재했던 혜성의 신비를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태양과 태양계의 비밀이 10년 뒤 벗겨질지 주목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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