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지식 2.0’으로 달려가는 세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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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01면

일본 게이오대 미타 캠퍼스 강당에서 ‘게이오 DMC’ 연구진이 개발한 4K 고화질 디지털 시네마(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4K 고화질은 풀(Full) HD보다 4배나 선명해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아래쪽 그림자는 관객. [도쿄=권석천 기자]

▶일본 ‘게이오 DMC’ : 일본 게이오대의 DMC연구소가 개발한 4K 디지털시네마는 풀(Full) HD 화질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하다. 게이오 DMC는 이 디지털시네마를 세계 최초로 미국 UC 샌디에이고대에 전송해 실시간으로 상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디자인·비즈니스·정책 등 4개 분야 전문가로 한 팀을 짜 통합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다. 소니 사이버연구소장 출신인 오타 나오히사 교수는 “화질 전문가와 전송기술·디자인 인력이 공동 연구에 나섬으로써 더욱 실용성 있는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학문·기술·예술 ‘칸막이’ 허물고 섞어라 #1. 대학·전공이 융합한다 2. 産學의 경계 사라진다 3. 연구엔 국경이 없다

▶일본 ‘수퍼 대학원’ 만들기 : 2010년 일본 도쿄에는 ‘수퍼 제휴 대학원’이 문을 연다. 주오대·신슈대 등 10개 대학이 각각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합쳐 하나의 대학원으로 출범한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서 웬만한 시설·규모로는 학생을 모집할 수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대학원 출범을 주도 중인 ‘협동산학관’의 가지타니 마코토 이사장은 “교수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퍼 대학원에선 석·박사 과정 학생이 교수와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실용적인 연구를 하게 된다.

▶홍콩과학기술대 ‘5O’ 전략 : 홍콩과기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장교씨는 “한국에선 실험할 때 고가 현미경이 있는 학과에 찾아가서 굽실거리고 빌려 썼는데 이곳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모든 학과가 통합 실험실에서 기자재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학과 간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홍콩과기대의 시도는 ‘파이브 오(5O)’ 프로젝트로 대표된다. 나노·바이오·정보·환경·CEO과정 등 알파벳 O가 들어간 다섯 학문을 묶어 경영대학원·공대·자연대의 융합을 꾀한 것이다. 폴 추 총장은 “학문을 융합하는 데 생길 수 있는 모든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MIT 미디어랩 ‘휴먼 2.0’ : 홀로그램·인공지능·멀티미디어…. 미국의 미디어융합연구소인 MIT 미디어랩이 던지는 화두는 항상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발한 상상을 눈에 보이거나 만질 수 있게 만들어 세계인을 열광시켰다. 이 ‘상상력 발전소’가 최근에 던진 화두는 ‘휴먼 2.0’이다. 인간과 과학기술이 완전히 소통하는 시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폐증 환자의 심중을 읽어내는 시스템, 아기의 감정 상태를 알아채는 곰 인형, 할인점 카트처럼 간편하게 접히는 자동차 등을 구상 중이다. MIT가 보여주는 마술은 과학기술과 예술을 창의적으로 융합한 것이다.

▶BMW연구혁신센터 ‘카페랩’ :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유리로 된 사무실들이 어디서나 한눈에 들어온다. 독일 BMW연구혁신센터에는 자동차 개발에 필요한 인력·장비·조직이 모여 있다.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융합’을 노린 것이다. 디자이너가 신차 모델을 그려 보다 기술적인 문제가 궁금해지면 언제든지 걸어서 엔지니어의 방을 찾아갈 수 있다. 거대한 열린 공간인 ‘광장’에서는 기획·기술·디자인·전자·홍보 등 다양한 부서 사람들이 어울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쉼 없이 소통한다. 기업에 부는 ‘지식 2.0’ 바람, 그 한가운데 BMW연구혁신센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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