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춤의 기억을 찾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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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26면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
3월 18·1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문의: 02-587-7023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무녀들은 신비로운 방식으로 신을 접했다. 맨발의 무녀들은 옷을 찢고 춤을 추며 광란 상태에 빠져 산을 헤매고 다녔고, 그 광기 속에서 신과 하나가 되었다. 혹은 영혼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자아를 이 세계로 끌어내었다.

미디어 퍼포먼스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는 그들이 왜 춤을 추며 산에 올랐을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공연이다. 무용가 김효진씨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는 왜 춤을 추는가’라는 질문의 메아리처럼 울려 왔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몸과 춤의 기억을 더듬었다.

홀로 무대에 오른 김효진씨는 자신의 몸과 마음의 기억을 환기하는 영상에 둘러싸여 있다. 춤을 추는 그녀가 부서진 거울 조각 위로 드러나듯 여러 개의 영상으로 나뉘고, 수십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 흩어지고, 떼를 지어 힘차게 헤엄치는 유선형 잉어들이 검은 무대에 붉고 하얀 빛을 흩뿌린다.

그 무대에서 그는 춤을 기다리던 순간조차 텅 빈 공허의 시간이 아닌, 생명을 지닌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네 장으로 이루어진 ‘몸의 기억’은 그렇게 다섯 번째 장 ‘춤의 기억’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춤과 몸의 기억을 찾고자 하는 김효진씨의 몸짓은 일상적이고 단순하다. 아이처럼 순진한 기쁨의 표시로 팔을 활짝 벌리거나 제자리를 밟으며 서성거린다. 그 단순함 속에서 에너지를 끌어내고 신과 만나며 자아와 조우하는 것이 이 퍼포먼스가 얻으려 하는 ‘비밀의 코드’일 것이다.

또한 아날로그로 호명되는 육체와 디지털로 호명되는 다양한 영상의 만남 또한 또 하나의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이 무대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물결과 물결처럼 흐르듯 한데 섞이며 드넓은 바다로 향해 간다.

연출을 맡은 김형수(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전공 주임교수)씨는 “이 공연에서 우리는 아날로그 미디어가 디지털 미디어와 어떻게 인터랙티비티를 갖고 서로 소통하는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채워 가는지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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