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 489m의 달마산은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에서 북평편에 걸쳐 있는 산이다. 산 전체가 규암으로 되어 있고, 삼황(三黃)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삼황이라 하면, 불상과 바위 그리고 석양빛의 조화로움을 이른다. 달마산이 뿜어내는 용맹한 기운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진즉에 감지한 고려시대의 고승 무외대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북으로 두륜산 접해있고 삼면은 모두 바다와 닿아있는 산, 송호리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무성하여 모두 백 여척이나 되는 것들이 치마를 두른 듯 서있다. 그 위에 마주한 기암괴석들이 우뚝 솟은 깃발과도 같다. 혹 사자가 찡그리고 하품하는 것 같고 또는 용과 범이 발톱과 이빨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며 멀리서 바라보면 하얗게 쌓인 눈이 공중에 한 발짝 다가서 서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달마산은 결코 쉬운 산이 아니다. 저 멀리에 서면 기암괴석의 위용에 감탄이 절로 나오며, 한걸음 들여놓은 순간부터는 그 위용에 지배당하기 시작한다. 능선 중간 중간에 단절된 바위를 만나면 바위 사이를 연결해 놓은 줄에 몸을 의지해 산을 올라야 한다. 위태롭고 힘겨운 것은 물론이지만, 그만큼 산을 믿고 또 산을 오르는 자신을 믿어야만 한다.
정유진 객원기자 yjin78@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