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육이렇게달라진다>1.바뀌는 大入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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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린교육과 평생교육 구현을 위한 「新교육 大개혁」이 단행됐다. 건국이후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고민거리였고 모든 국민의 고통거리였던 교육문제는 이제 무한경쟁을 강요당해온 학부모와 학생등 교육소비자 중심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는 일대 전환점을맞았다.中央日報는 교육개혁을 통해 우리 교육이 어 떻게 달라질것인지 점검하고 아울러 지난1월부터 국내와 미국.일본및 유럽.
동남아시아등 해외취재를 통해 수집한 사례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특별취재팀〉 『하버드나 예일大는 미국의 일개 사립대학에 불과하지만 학생선발단계부터 적용되는 대학정책이 미국의 국가정책,나아가 세계정책에 부합하는가를 고심한다.주립大는 말할 필요도없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국립大조차 국가정책은 물론 국민의 고통 까지 외면하기가 다반사였다.』 교육개혁위원회는 31일 교육개혁안을 통해「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혁안은▲과열과외 부담의 경감▲대입제도와 대학.고교교육의 연계▲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라는 뿌리에서 개선점을 찾고 있다. 과외 부담 경감은 국.공립대 국.영.수 위주 대학별고사(이하 본고사)폐지등으로 나타나며,대입제도와 대학.고교교육의 연계는 종합생활기록부제 도입등으로,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확대는대학의 연중 학생선발제도및 입시정보 완전공개등으로 구현된다.
특히 개혁안은 국.공립대학과 사립대의 역할분담을 강조,국.공립대학에는「국가가 제시하는 기준에 따른 학생선발」이란 기본원칙을,사립대에는「자율성의 신장」이라는 원칙을 적용했다.
94학년부터 부활된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제도를 97학년도부터 국.공립대에서 전격폐지한 것은 시행 3년만에 뜯어고치는 대입제도가 현 고교재학생에게도 적용돼 혼란의 우려가 있다는 부담과 대학자율권 침해라는 일부 비판까지 무릅썼다는 점에서 과외열풍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말해 개혁안은 본고사 자체가 잘못된 시험은 아니지만 내신과 수능제도만으로도 국.영.수등 도구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높은데다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열과 어우러진 본고사제도는 결국 고교 파행운영과 과외열풍의 주범이 되 고 있다는 시각을 담고있다.
특히 영국에서 유일하게 대학별 필기고사를 치렀던 옥스퍼드 대학마저 96학년도에 본고사를 포기했고 선진국중 유일하게 본고사를 치러왔던 일본도 이의 개선을 추진중이라는 세계적 조류 역시결단을 앞당기는 배경이 됐다.
또 국.공립대 필수전형요소로 종합생활기록부를 활용한「종합내신제」가 도입,이제 고교재학중 헌혈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과성적이 우수한 의대 지원생이 낙방하거나 고교재학 3년동안 화장실청소를 도맡아왔던 학생이 대학에 합격했다 는 이야기가더이상 외국의 예만은 아니게 됐다.
종합생활기록부는 현재 학년당 4회의 중간.기말고사 성적을 백분율로 환산한「한 줄로 늘어놓기」식의 내신제가 아닌 한 학생의전인격적인 모습이 서술되는「종합내신제」로의 변환이다.
이 종합생활기록부에는 학교 예술제에서 반주를 맡은 학생이 누구며 불우이웃돕기와 환경보호등 자원봉사활동을 활발히 편 학생은누구라는 사실이 모두 기록될 것이며 교과목 성적 역시 영어과목에서 어휘력은 뛰어나지만 독해실력은 부족한 편이 라는 식의 강.약점이 기술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새벽.심야과외를 해서라도 국.영.수만 잘하면 대학입학과 출세까지 일거에 보장되는 시대는 지나가고 전공학문에 대한 적성과 전인격적인 인성이 뛰어난 학생이 대학입시에서 득을보는 시대가 다가왔다.
또한 다양한 특별전형제와 입학전형요소로 학생을 선발케 되면 입학생의 수능.본고사성적순으로 매겨진 기존 대학서열이 둔화되고대신 특성화된 대학의 경쟁력과 학생의 능력에 의해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와함께 개혁안은 소수의 특정대학이 입시일자를 지정하기 전까지는 입시일자 확정을 미룬채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특정대학 입시일자에 편승하거나 담합해온 국내대학의 고질적 병폐를 연중 학생선발방침과 정부의 입시일자 강제분산으로 뿌리째 뽑 아버렸다.
이제 배짱지원이나 눈치지원으로 요행히 합격하거나 단한번 시험에 실수하면 재수를 해야했던 불합리는 사라지고 평소 착실히 실력을 쌓아온 학생은 1~2개 대학이 아니라 십여개대학에도 합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파행교육 근절 특히 자율화정책을 내세운 교개위가 국.공.사립대학을 막론하고 대학들이 특정입시일자에 몰릴 경우 추첨제를 통해서라도 이를 강제분산하겠다는 것은 대학 자율화보다는 학생의 실질적인 복수지원을 가능케하는 교육소비자의 학교선택권이 보다 중 요한 개혁의 가치임을 선언한 것이다.
이같은 개혁안이 완결되기 위해서는▲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하려는 대학의 노력▲객관적이고 공정하게,그리고 충실히 종합생활기록부를 기록하려는 교사의 사명의식과 교사 잡무경감등 제도적 뒷받침▲자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려는 학부모의 의식개혁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기업.사회풍토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단위학교별 자율권이 확대되는 고교 역시 더이상「대입제도와 학생.학부모의 요구 때문」이라는 핑계로 계속해온 입시위주 파행교육에서 벗어나「불량학생은 불량학교와 교사가 만들어낸 소산」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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