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보안법 위반 결심공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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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일 열린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宋씨는 논쟁을 거듭했다.

검찰은 논고문에서 "경계인으로 위장한 피고인의 저술과 기고문은 일부 대학생들이 북한을 천국으로 오인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은 특히 북한을 찬양하는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유학생들을 공작원으로 포섭하는 등의 선전 활동을 했다"면서 "이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경구처럼, 요인 암살이나 간첩활동보다 더 큰 해악을 우리 사회에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당 가입사실 등을 고백하지 않고 입국한 뒤 (검찰)조사 과정에서도 구체적 증거를 들이대야 혐의를 인정하는 피고인에게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宋씨를 압박했다.

검찰은 "20년 이상의 형을 구형해야 마땅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동이 크지 않고, 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15년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宋씨는 A4 용지 7장짜리 최후 진술서에서 우화와 비유를 섞어가며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심경의 일단을 피력했다.

그는 경계인으로서 37년 만에 조국 땅을 밟으면서 다섯마리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떠올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宋씨는 "원숭이 사육사가 나무 꼭대기에 전류를 통하게 하는 바람에 바나나 따먹기를 포기했던 네마리 원숭이들이 사육사가 전류를 끊은 줄도 모르고 다섯째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지 못하도록 만류했다"며 자신과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다섯째 원숭이에 비유했다.

宋씨는 "이 우화는 '지식(知識)'의 역할이 사회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 공안 검찰, 거대 언론, 일부 지식인들은 네마리 원숭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의 통일 철학 핵심은 '남과 북'의 선택을 강요하는 양자 택일의 논리가 아니라 상생의 원칙에 있다"고 강조했다.

宋씨는 "네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줄 판결을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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