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최악의 경기 침체, 손 놓고 있을 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라고 한숨짓는 사람들이 많다. 체감경기의 지표라 할 수 있는 택시의 사정을 보면 현재 경기 상황이 잘 드러난다. 사납금을 채우는 택시 기사들이 4분의 1에 불과한 택시 회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택시 기사들은 사상 최악의 불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음식.숙박업소나 도소매업소의 불황도 심각하다.

1월 서비스업이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통계청의 어제 발표는 이 같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1월의 서비스업 감소폭은 200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컸다. 도소매업 판매가 전달보다 0.9% 감소하면서 11개월째 줄어들고, 음식업 매출은 전달보다 13.6%나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도 무려 29.4%나 줄었다. 숙박업은 겨울방학 성수기를 맞아 호텔과 콘도의 매출이 늘어난 데 힘입어 3.3% 증가했지만, 일반 모텔 등의 경기는 바닥권에서 맴돌고 있다고 한다.

설 연휴가 1월에 끼여 있어 서비스업 활동이 부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정부의 인식과는 달리 올 들어 체감경기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상황에서 마땅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할 만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경기 관련 지표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와 고용이 회복되고 있고, 민간소비도 다소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의 진단이 맞다면 경기가 되살아나는 시점에 자칫 경기부양에 나섰다가 경기과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선거를 위해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체감경기가 사상 최악이라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만큼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정밀진단에 나서야 한다. 진단 결과 필요하다면 총선용이라는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경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둘러 현재 경기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