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원류를찾아서>2천년 성지 예루살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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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가 탄 차는 어둠속에 올리브 나무가 드문드문 서있는 산골짜기로 난 길을 구불구불 달려 저녁 늦게야 예루살렘의 야포문에 도착했다.이 곳은 1917년 터키군을 무찌른 영국군 사령관 말렌비가 군화를 벗고 입성했다는 곳이다.로마 때 쌓았 다는 성벽위엔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었다.이스라엘군의 경비가 삼엄했다.
날이 밝자 예루살렘의 거룩한 모습이 드러났다.아침 햇살에 고색창연한 교회의 첨탑과 모스크의 돔들이 황금빛으로 반짝였다.높직한 언덕 위에 동서남북으로 2~3㎞씩 정방형 성벽으로 둘러싸인 예루살렘은 높다란 감람산과 스쿠프산 줄기에 에 워싸여 천혜의 요새를 이루고 있었다.사막에서 수백m나 높은 고지인데도 물이 있어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예루살렘성은 서북방면의 기독교 지구,서남방면 아르메니아 지구,동북방면 이슬람 지구로 나뉘어 있고 유대인들은 동남방면에 웅장하게 서있는 이슬람 사원의 축대 아래 살고 있었다.다윗왕과 솔로몬왕 시절 그토록 찬란했다는 성전의 옛터에는 마호메트의 승천을 찬미해 지은,황금색과 은백색으로 빛나는 이슬람 사원이 위풍당당히 서 있었다.
이슬람 사원의 서쪽 축대 아래 「통곡의 벽」에는 검은 옷을 입은 유대인들이 몰려와 통성기도를 하고 있었다.축대의 아랫부분은 그 옛날 유대성전이 있던 때 쌓은 것이라고 했다.유대인들이이곳에서 통곡을 시작한 것은 서기 135년 로마 에 대한 반란때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이곳에서 쫓겨난 뒤 매년 음력 7월10일 한차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허용되면서부터라고 한다.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에도 유대인들은 이곳에 수시로 와 성전의재건과 메시아의 강림을 기원하고 있 다.
후에 감람산으로 올라갔다.멀리 보이는 가나안 평원을 배경으로골고다 언덕과 예루살렘성이 그림처럼 전개되었다.뒤를 돌아보면 유대의 광야.광막한 사막이 하늘 끝까지 펼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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