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면 샷, 해 지면 체력훈련" 특훈 두달 박지은 美현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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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서워졌지요?"

박지은이 칼을 박박 갈고 있다. 한달간 서울 집에 들렀다가 지난 1월 19일 미국으로 돌아간 뒤 어느 때보다 혹독한 나날을 보낸다.

"올해 최소한 4~5승은 하고 싶어요. 그 정도는 해야 성에 찰 것 같네요."

박지은의 아파트에서 5분 거리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그레이호크 골프장. 이 곳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그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세시간 정도씩 샷을 다듬는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스윙코치 피터 코스티스가 자세를 고쳐준다. 이어 오후엔 실전 라운드다.

"그레이스(박지은의 미국이름)의 실력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최고다. 올해 최소한 4승 이상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코스티스도 이렇게 장담한다. 그만큼 피나는 훈련이다. 날마다 이 골프장에서 살다시피해 요즘 일대에서 그레이스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해가 진 뒤에도 훈련은 계속된다. 부근 체육관으로 옮겨 두시간 동안 체력훈련.

여기엔 체력 전담코치 타일러 키켄달이 따라붙는다. 발과 몸으로 공 굴리기, 한발로 균형잡기, 막대 당기기 등 키켄달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따라 온몸이 흥건해지도록 몸을 만든다.

"우승 목전에서 물러날 때마다 부잣집 딸이라서 그렇다느니, 헝그리 정신이 모자란다느니 하는 말을 들었어요. 사실 누구보다 승부 근성이 강한데…."

12일 시작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개막전 웰치스 프라이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그는 드라이브샷의 정확도와 쇼트게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박지은의 나이 올해 스물다섯. LPGA 무대 5년째다. 2000년 데뷔 이후 통산 4승을 거뒀다. 4년간 해마다 1승씩이다. 아마추어 시절 그에겐 미국 무대에서 겨룰 자가 없었다. 전국(미국)대회에서 통산 55승. 1994년과 96년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코스티스를 만나기 전엔 슬럼프에 빠져 있었지요. 무리하게 스윙을 뜯어 고치려다 샷 감각만 잃었지요."

2년 전부터 코스티스의 지도를 받고 있는 박지은은 단순 명쾌한 그의 레슨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했다.

"세리 언니(박세리)도 '2인자는 지겹다'고 했지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올해는 모든 걸 실력으로 대답하겠습니다."

스코츠데일(미 애리조나주)=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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