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봉양도 이윤추구 경제행위-英이코노미스트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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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효(孝)라는 개념이 생소한 서구인들에게 자신의 경제적 곤란을무릅쓰고 부모를 봉양하는 동양인들의 행동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힘겨운 이민생활에서 번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쪼개 고국의부모에게 송금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합리성을 중시하는 경제학은 과연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근착 이코노미스트誌는 효도와 가족간의 이타적인 행동을 경제학적으로 구명하려는 노력을 소개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모든 사람이 이윤극대화를 추구한다고 상정하는 근대경제학은 가족간의 이타적인 경제행위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유산을 대가로 부모를 봉양한다는 묵시적인 계약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또 고향의 부모 에게 송금하는 것은 단지 보험료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돈벌이가 좋을 때 미리 돈을 보내 놓으면 나중에 일자리를 잃고 고향에 돌아갔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론은 비현실적이다.물려줄 유산이 없거나 고향에돌아온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줄 게 없는 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오슬로대학의 오데드 스타크 교수는 이타적인 경제행위를 다른각도에서 접근한다.
그는 이타적인 행동도 따져 보면 이기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동기가 기존의 경제학모델이 상정하는것처럼 그렇게 냉혹한 계산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것은 그 대가로 무엇을 바라서가아니라 자신의 자녀에게 그런 이타적인 행동을 본받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실제로 미국의 9만6천 가정에 대한 연구결과는조부모와 함께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은퇴한 부모를 모시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설명 역시 다소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기심의 발로라는 점에서 기존이론과 다를 게 없다.
스타크 교수는 실제 가족간의 경제행위는 이타심과 이기적인 계산이 뒤섞여 있다고 상정하고 게임이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두 사람만으로 구성된 가족이 있다고 가정할때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두 이타적인 행동을 할 경우가 한 사람이 이기적인 행동을 할 때보다 가족 전체의 후생(재산증식이나 건강)에 훨씬 낫다.
여기에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를 적용하면 결론은 비관적이다.왜냐하면 가족의 한 사람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관계없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두 사람 모두가 이기적으로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크 교수는 이타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가족 모두가 서로 돕는 집안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비해 더 번창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는 가정에서 이타적인 행동규범이 자리잡을 수 있는 사회적인 토양이 된다.
효를 경제이론으로 분석하는 것이 야박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각종 패륜범죄가 잇따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효의 의미를 냉정하게 따지는 서양의 접근방식은 오히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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