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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 시장도 외국계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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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권에서 맥쿼리은행은 '소리 없는 강자'로 통한다. 호주에 본사를 둔 이 은행이 1998년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이후 요란한 행사 한번 없이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엔 네덜란드의 ING그룹으로부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9개국의 주식 관련 사업을 인수, 국내 증권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투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을 인수한 미국계 푸르덴셜금융에 이어 세계 최대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피델리티도 곧 국내에 자산운용회사를 설립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으로 멈칫하고 있는 사이에 선진 투자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금융회사들이 국내 시장을 거침없이 공략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발 빠른 맥쿼리은행=지난해 1월 맥쿼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동양증권.대우증권.SK증권 빌딩을 한꺼번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맥쿼리는 2000년 3월 맥쿼리IMM자산운용을 설립, 투신시장에 진출해 있었지만 당시로선 무명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과 직접 관련되는 소매금융.보험 등을 제외하면 맥쿼리는 국내 활동영역은 전 금융분야에 골고루 퍼져 있다. 인수.합병 관련 자문업(신한맥쿼리금융자문),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쳐운용), 대형기기 리스(맥쿼리캐피탈코리아), 상품 선물(맥쿼리선물) 등과 관련해 6개의 국내 법인과 한개의 국내 지점을 두고 있다. 국민.우리은행과는 사업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맥쿼리은행 한국지사장 존 워커는 "한국의 사업환경은 중국에 비해 더 개방적이고, 홍콩이나 싱가포르보다는 시장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한국은 맥쿼리가 가장 역량을 기울이는 아시아 최대의 투자처"라고 밝혔다.

◇투신시장 30%는 외국계=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000년 말 7개사에 불과했던 외국계 투신운용사는 13개(현투운용.제투운용 포함)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탁액도 급속히 늘고 있다. 외국계의 수탁고는 2000년 말 5조원에서 2월 말 현재 46조원으로 9배로 늘어났다. 이들이 차지하는 수탁고 비중도 4.3%에서 30.7%로 증가했다. 지난해 카드채 문제 등으로 투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투신사 수탁고는 크게 줄었지만 랜드마크투신운용 등 외국계 투신사의 수탁고는 오히려 늘기도 했다.

앞으로 외국계의 국내 투신시장 공략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푸르덴셜이 현대투신운용에 이어 제일투신운용을 인수한 뒤 두 회사를 합병하게 되면 푸르센셜의 수탁고(약 22조원)는 삼성투신운용(약 17조원)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한다.

또 국내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피델리티가 투신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이미 금융감독원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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