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STATE] 소형주택 경매시장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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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주택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시장 참여자들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투자금이 적은 작은 규모의 연립·다세대주택이나 소형 아파트가 인기다. 특히 재개발 대상 등 호재가 있는 물건의 수요는 넘쳐나 낙찰가격이 감정가를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다세대·연립주택 입찰경쟁률은 9.52대1로, 지난해 같은 기간(6.52대1)보다 훨씬 높아졌다. 재개발 계획이 있는 곳은 응찰자들이 몰려 평균 2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대감에 거래시장에서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전세난까지 겹쳐 경매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로 나눈 값)도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낙찰가율은 102.3%로 전달(98.7%)보다 3.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94.6%)과 비교하면 7.7%포인트 뛰었다.

지난달 26일 경매에 부쳐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전용면적 41.5㎡)의 경우 33명이 달라붙어 낙찰가율이 무려 244%에 달했다. 낙찰가가 감정가(5000만원)보다 7200만원 가량 높은 1억2199만원이었다. 좋은 물건은 비싼 값에도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이사는 “아파트에 비해 비교적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앞으로 재개발에 따른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가 몰리는 것 같다”며 “내 집 마련 실수요자도 있지만 주택 여러 채를 사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한동안 약보합세를 지속하던 소형 아파트 낙찰가율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서울지역 소형(전용 60㎡ 이하)아파트 낙찰가율은 98.2%로 전달(78.6%)보다 무려 19.6%포인트 뛰었다.

지난달 22일 경매가 진행된 노원구 하계동 한신아파트(전용 35㎡)는 43명이 경합을 벌여 감정가(8500만원)를 훌쩍 넘긴 1억3051만원에 낙찰됐다. 은평구 수색동 샘공인 김충권 사장은 “소형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매물도 구하기 힘들어지자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 중 상당수가 경매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전했다.

반면 중대형(전용 102~135㎡)과 대형(전용 135㎡ 초과)아파트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각각 87.7%와 83.7%에 그쳤다.

조철현 기자

경매 입찰할 때는…
시세 85% 넘는 고가 낙찰 피해야
현장 답사 통해 물건 상태 확인을

주택 경매에 참가한 응찰자들이 권리관계 등 경매물건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매시장을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유의할 점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선 분위기에 편승한 고가 낙찰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에선 아파트 경매를 통한 적정 수익률을 10% 선으로 보고 있다. 그러려면 적어도 시세의 85% 수준 이하에서 낙찰받아야 한다. 취득·등록세 등 각종 비용으로 낙찰가의 5% 정도는 추가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낙찰가율이 치솟으면서 낙찰가가 시세 수준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시세차익을 얻기 어려운 만큼 최고·최저 입찰가를 정한 뒤 응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도 꼼꼼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저당권·가압류·가등기 등 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경매 초보자라면 세입자 없이 원래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살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기(명도) 쉽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있으면 명도에 골치를 앓을 수 있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돈이 될 수도 있다. 권리관계가 복잡할수록 나중에 일 처리가 쉽지 않아 낙찰가가 낮기 때문이다. 경매를 잘 알고 권리관계를 해결할 자신이 있다면 이런 물건이 더 나은 것이다.

현장 답사도 필수다. 집 관리 상태와 보일러 동파·누수·균열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리비 체납이나 주변 환경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자금동원 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낙찰자로 선정되면 낙찰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낙찰 허가일로부터 한 달 안에 나머지 돈을 납부해야 한다. 잔금을 기간 내에 내지 못하면 계약금마저 떼일 수 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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