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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Earth Save Us] 꾸준한 환경관심이 ‘비와호의 기적’ 만들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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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민과 당국이 손을 잡고 오염된 호수를 아름다운 생태관광지로 바꿔놓은 비와호의 모습.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시가현의 자랑거리다. [일본관광청(JNTO) 제공]

일본 중서부 시가(滋賀)현에 사는 도다 다카시(戶田孝·45·사진)에게 비와(琵琶) 호는 중병으로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회복한 가족과도 같다. 서울시(약 605㎢)보다 넓은 670㎢ 면적의 이 호수는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1970년대 적조현상까지 나타났을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다.

하지만 주민과 당국의 오랜 노력으로 최근 원래의 수질과 생태계를 되찾고 있다. 19세기 영국 런던의 템스강 오염과 회복에 견줄만한 환경 재앙 극복의 사례다.

시가현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교훈으로 남기려고 96년 구사쓰(草津)시에 비와호 박물관을 개관했다. 이곳 학예 담당으로 비와호 환경 오염과 정화 과정을 연구해온 도다를 만나봤다.

-과거 오염은 어느 정도였나.

“주변 공장과 가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호수로 스며들면서 수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도 그랬지만 60년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70년대 말에는 수질이 급격히 악화해 적조현상까지 나타났다. 호수에 살고 있던 동식물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전통 요리의 재료가 되는 수생식물이 거의 멸종위기에 이르기도 했다.”

-사태를 어떻게 극복했나.

“비와호가 우리에게 단순한 호수를 넘어 삶의 터전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민과 지역 당국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성은 행동으로 연결됐다. 주민들은 화학 세제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가정에서 오수정화용 잉어를 기르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잉어는 불순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하수도와 연결된 수조에 풀어놓으면 오수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성공한 건 아니다. 비누를 천연 재료로 직접 만들어 쓰자는 운동도 펼쳤지만 대중화에 실패했다. 환경운동의 집단화가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박물관에서는 잉어를 이용한 하수처리의 성공 사례뿐 아니라 천연세제 사용 확산의 실패 사례도 상세히 알리고 있다. 환경 문제에선 실패에서 배우는 지혜도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시가현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눈에 띈다.

“환경에 대한 주민의 관심은 지자체 선거로도 연결됐다. 2006년 지사 선거에서 아무런 정치 경력이 없던 환경운동가 출신의 가다 유키코(嘉田由紀子·58) 여사가 현역 지사를 누르고 당선한 것이다. 가다 지사는 당시 교토 세이카 대학 환경사회학 교수이자 시민운동가였다. 비와호의 경관에 반해 이 지역으로 이주한 인물이다. 그는 지역 개발에 도움이 되는 신칸센 역사 건립도 환경 보호를 위해 포기했다. 주민들은 그런 가다를 지사로 뽑았다. 개발보다 환경의 손을 들어준 거다. 비와호를, 나아가 국토의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결단이었다.”

-당국은 비와호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중앙 정부 차원에서 2000년 ‘비와호 종합보전 정비계획(Mother Lake 21)’을 수립, 환경정화에 힘쓰고 있다. 시가현 당국은 생태를 보호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에코 투어리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수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억새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이를 다듬어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교토신문을 비롯한 현지 언론사의 협조를 얻어 걷기운동과 에코 투어리즘을 결합한 ‘비와호 따라 걷기’ 캠페인도 활발하다.”

-비와호 환경재앙 극복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환경 지키기엔 답도, 끝도 없다는 거다. 그만큼 어렵다. 생태계 질서를 무시하고 인간에게만 좋은 환경을 가꾸는 것도 안 될 일이다. 인간에게 좋은 환경과 미생물에게 좋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이 조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에 후손들이 우리가 살았던 곳을 발굴해보고 뭐라고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뿐이다.”

-비와호 박물관은 어떤 일을 하나.

“환경수난사를 연구해서 알리는 일과 함께,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에게 비와호 사례를 중심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가동하고 있다. 우유를 어떤 통에 넣는 게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와 같은 실생활에 필요한 연구도 하고 있다.”

구사쓰(일본 시가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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