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9개國 정상회담의 배경-유대인 "우대" 美외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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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7일 모로코에서 열리는 중동 9개국 정상회담은 미국-이스라엘진영의 對중동전략의 반발이자 아랍국가들의 위기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집트.시리아.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등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연장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에 대한 특별 지위 부여 때문에이미 한차례 감정이 상해 있는 상태인데다 무슬림 형제당과 하마스등 국내에서 대두되는 이슬람 근본주의파와 미국 -이스라엘의 강공 틈바구니에서 자칫 자신들의 기반이 상실될 위기를 느끼고 있다. 지난주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의 東예루살렘 토지 몰수령에 대한 비난 결의문 채택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보브 돌 공화당 원내총무는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내놓아 아랍국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美행정부는 또 러시아의 對이란 핵원심분리기 수출을 좌절시킨 데 이어 지난주에는 다시 이란과 이라크를 동시에 경제적.군사적으로 고립시키는 2중봉쇄전략을 골자로 한 對중동전략을 발표했다. 아랍국가들은 유대인 편향으로 흐르는 미국 외교의 방향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외교는 97년 대선을 앞두고 마치 유대인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경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미국 거주 유대인은 5백80만명.이스라엘(4백42만명)을 포함한 세계 어느지역보다 많다.
또 미국의 경제계는 물론 세계의 주요 통신과 신문 들이 유대계소유이거나 유대계 자본에 의존할 정도다.
이스라엘내 유대인들도 강경노선으로기울고 있다.
아라파트 PLO의장은 이에대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평화와 땅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비난하며,전면적인反이스라엘 봉기(인티파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아랍진영이 이번 모로코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대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참가국 대부분이 정통성이 약한 정권이어서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또 사우디아라비아등친미(親美)적인 온건 아랍국가들과의 의견통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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