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는 큰 기둥 일부 재사용 … “시간 걸려도 원형대로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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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사고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 단위의 추모객이 숭례문을 찾고 있고, 종교인들의 기도도 계속됐다. 9일 추모제를 마친 종교인과 시민들이 ‘숭례문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9일 오후 3시 숭례문 복구 현장. 공휴일인데도 임시 덧집(숭례문 누각을 보호하려고 덧씌운 시설물)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가림막에는 ‘얼른 복구돼 다시 만나자’ ‘못 지켜줘서 미안해’ 등 추모의 글이 빼곡했다.

◇숭례문 잔해, 경복궁 창고로=숭례문 복구 작업은 모두 네 단계로 진행된다. ‘수습 단계→현장조사 고증 단계→설계 단계→복구 단계’다. 현재는 ‘수습 단계’다. 박언곤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장은 “문화재 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된 수습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이들이 현장에서 건물 잔해 분류와 3D 촬영 등 복구를 위한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숭례문의 잔해는 모두 경복궁으로 옮겨진다. 문화재청은 4월까지 경복궁 안에 대형 가설창고를 짓고, 그곳에 숭례문의 부재를 보관할 계획이다. 요즘 숭례문의 가림막 안에선 목재와 토사, 석재를 나누는 작업이 한창이다. 운반 때 훼손을 막고,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문화재청은 부재를 일단 경복궁 창고로 옮긴 뒤 정밀조사를 실시, 재사용용·보관용·폐기용 등으로 분류할 방침이다. 분류 작업은 5월 말까지 계속된다. 요즘 짓고 있는 임시 덧집은 여름 장마와 태풍에 대비한 시설물이다. 숭례문 전각에 방수용 비닐 장막을 씌우고 있다. 비와 바람은 물론 혹시 있을지 모를 추가 붕괴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소나무, 모자라진 않나=숭례문 복구 작업은 대규모 토목공사다. ‘굵다란 소나무가 부족하지 않은가’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문화재청 엄승용 문화유산국장은 “숭례문의 큰 기둥이나 1층 누각은 거의 안 탔다. 지름 65㎝ 이상 되는 대경목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대경목 또한 큰 어려움 없이 확보할 수 있다”며 “약간 탔거나 그을린 기둥은 다시 이어서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요할 경우 목재를 바다에 띄웠다가 충분히 건조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나무를 바닷물에 담그면 송진을 제거할 수 있고, 목재의 휨과 뒤틀림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작업에만 1~2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복구 4년 이상 걸릴 듯=이건무 신임 문화재청장은 발령 즉시 숭례문 현장을 찾아갔다. 그는 9일 “복구 작업을 절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진행하겠다”며 “정확한 보고서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원형대로 복구하겠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복구 기간은 애초 예상했던 2~4년보다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 복구 비용도 화재 당시 추정했던 2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백성호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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