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정부보조금 불공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최근 의회의 정부지출 삭감 노력과 관련해 지난해 가을 어느날저녁 세인트루이스 시립극장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막이 오르기 직전 극장장이 무대위에 올라서더니 州정부의 감세안(減稅案)에 부표(否票)를 던져달라고 관중들에게 호소했다.시립극장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내 옆자리에 있던 한 여성에게 『우리가 산 입장표에 미주리州 농민들이 낸 세금이 보조금으로 포함돼있는데 혹시 미안함을 느끼느냐』고 물어 보았다.대답은 단호히 『노』였다.농민들도 나름대로 도시민이 낸 세금으 로 덕을 보는부분이 있을테고 결국 공공재(公共財)는 납세자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했다.정부 재정정책도 바로 이 여성과 같은 오류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식당의 우화(寓話)를 상정해보자.마을에서 유일한 식당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그 식당에서 외식을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이 식당에서 샌드위치.달걀부침.음료등 간이식을 먹는데 실비(實費)인 6달러가 든다.디저트를 시키면 추가로 4달러를 내야 하고 스테이크 같은 정식(定食)을 시키면 30달러를 더 내야 하는데실비보다 비싼 편이다.또 디저트나 정식은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한 사람들이 균등하게 나눠 내도록 돼 있다.
간이식만으로 충분히 배는 부르다.만일 식대를 모두 각자 내기로 했다면 6달러짜리 간이식만 먹고 마는 손님들이 대부분일 것이다.그러나 『어차피 내가 주문하는 추가음식값을 다른 손님들과나눠 낼테니까 과식이지만 많이 먹고 보자』는 사 람이 많을 경우 문제가 된다.
식당을 찾은 1백명이 모두 탐욕스런 성격이어서 점심을 스테이크까지 시켜먹었다면 식대가 모두 4천달러 나온다.만일 각자 계산하는 방식이었다면 대부분 간이식만 먹어 6백달러를 크게 넘지않았을 것이다.정부사업 가운데는 6달러어치만 먹 었는데 40달러를 치러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을것이다.그러나 그렇지 못한 정부사업도 많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