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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민 “우린 우리 식대로 … 조용히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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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우리는 우리 일을 하면 되지.”

5일 낮 한나라당 안강민(사진) 공천심사위원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쟁자랄 수 있는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비리 전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움직임을 주도하면서 여론의 각광을 받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는 “여건도, 위원장 입지도 (박 위원장과는) 다르다”며 “두고 보자. 결론을 가지고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당시 공심위는 당 안팎에서 “감동 없는 공천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 “조용하게 하면 되지.”

6일 밤 그는 이같이 말했다. “영남권 공천이야말로 시끄럽겠다”고 묻자 한 대답이었다. 공심위는 이날 이규택·이재창·한선교 등 현역 의원 5명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사실상 칩거에 들어가는 등 당이 발칵 뒤집혔다. 그는 “원래 예상됐던 결과다. 필요한 곳은 물갈이한다는 원칙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강민 위원장.

그는 길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질문 하나에 두 마디 이상 답변하는 일이 드물다. 공개적으로 발언하길 꺼린다. 보안도 강조한다. 공천 심사가 이뤄지는 여의도 당사 6층은 아예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공심위 과정도 비밀에 부친다. 그가 5일 “못 해 먹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일도 하루 지나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신 그는 ‘공천 결과’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단수 후보 지역이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의 후보를 우선 내정할 때만 해도 그는 “지나치게 무난하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경쟁 지역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는 순간, 심사대에 오른 지역구 의원 6명 중 한 명(정진섭)만 살아남는 결과를 내놓았다. ‘화약고’로 불리는 영남권과 서울도 비슷한 양상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그의 일 처리를 두고 전형적인 검사 스타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결과로만 말하고 과정은 철저히 보안에 부치는 모습 때문이다. 그는 29년간 수사검사의 길을 걸었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밝혀냈다. 당시 그는 “수사 중인 내용은 말 못 한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확실한 것만 말했고 그 외의 것은 철저히 보안이었다.

친이-친박 편 가르기가 심한 당내에서 그는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있다. 중립 성향의 한 공심위원은 “안 위원장은 진짜 중립”이라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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