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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있는요리>탕평채-배우 방은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현관 벨소리에 달려와 먼저 반긴 것은 영화배우 방은진(方銀珍.31.서울 강남구 일원동 대치아파트)의 유일한 가족인 「쫑쫑이」였다.어디서 본듯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301.302』에 출연한 바로 그 쫑쫑이였다.영화에선 그에 의 해 처참하게목잘려 요리재료로 사용되는 운명이었지만 주연답게(?)대역을 쓴덕분으로 쫑쫑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20평이 채안되는 서민아파트에서 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영화에 등장한 주방기구나 소품들이 많아요.이혼기념으로 가져가는 스푼.포크세트도 내것이고,이 컵도….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 혼자살면서도 이것 저것 사뒀는데 제 손때가 묻은 것들이라 영화에 함께 출연했죠.』 『301.302』는 음식을 통해 가부장제사회에 희생된 301호와 302호에 사는 두여인의 희망과 좌절을 그린 영화.국내 최초로 음식이 주요소재로등장하는 영화의 주인공답게 요리에는 자신있다는 그의 집은 싱크대 뿐만 아니라 거실이 자 침실인 방에 이르는 좁은 복도까지 그릇이나 예쁜 찻잔들로 가득차있다.무남독녀로 유난히 어릴때부터어머니가 요리하면 곁에서 참견도 하고 송편도 같이 빚었다는 그는 그 덕분에 『301.302』에 등장하는 40여가지의 요리를만드는게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광어구이.양고기고치구이.선인장찜.대합구이 등 별별 요리를 다했어요.제일 힘들었던 일은 살아서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드는 광어나 펄펄뛰는 미꾸라지를 요리 할 때였고요.』 재료를 다듬고준비하는 일외에 채썰고 볶고 튀기는 일 등은 모두 그 스스로 해냈다.때문에 카메라의 앵글을 고려해 때론 왼손으로 요리하기도하고,때론 멀리 팔을 뻗어 휘젓느라 몹시 고달펐다는 그는 극중끊임없이 먹어대는 역할에도 불 구하고 체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웃음짓는다.
더구나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을 주워 마구 먹어대는 장면에선 오랜 촬영시간 때문에 상해버린 음식을 먹기까지 해 한동안 음식을 보기도 싫을 지경이었다고.
입속의 매끄러운 감촉과 새콤한 맛이 식욕을 돋우는 탕평채도 바로 그때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던 음식.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돼 즐겨 먹는다는 그는 만들기도 쉽고 특히 요즘같은초여름엔 식탁에 올리기에 딱 좋은 요리라고 권한 다.
올 9월께 무대에 올릴 연극연습도 아직 본격적으로 돌입하지 않은 탓에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는 그는 그의 요리를 맛볼 복많은(?) 남자를 아직 찾지 못했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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