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룰라"를 만들어낸 부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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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로의 테이프노점상,신촌 레코드가게,압구정동 카페는 물론 주변이 온통 「룰라」열풍이다.엉덩이를 두드리는 특유의 율동이 인상적인 『날개잃은 천사』디스크판매는 1백만장을 돌파했다.
아직 20세 전후인 이 네명의 젊은이들에게 20억원 이상의 수입과 「신세대 우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신세대 반란의 정점」「댄스뮤직의 가요계 장악」등 이들에 쏟아진 일반적 찬사의 뒤안엔 찬찬히 새겨볼만한 의미가 하나 있다. 바로 그들의 부모들이다.금색으로 물들인 머리,한쪽 귀고리,배꼽티 등이「룰라」의 평소 모습.얼핏 보면 부모 속깨나 썩이는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아마도 이들이 『하라는 공부는 않는 골칫거리 자식』으로만 받아들여졌다면 평생 열등감을 지닌 낙오자로남았을 법도 하다.
이상민.고영욱.김지현.채리나등 「룰라」의 부모들에게선 그러나자식의 소질을 일찍 인정하고 격려해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상민은 보험외판원을 하는 어머니가 있다.음악에 미쳐 고교졸업후 팔당에서 합숙을 하게 됐다.서울을 오가던 그는 파김치가 되기 일쑤.애쓰는 아들을 눈여겨보던 어머니는 수입이 나아지자 선뜻 소형차를 한대 사주었다.『넌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는 격려와 함께.
고영욱은 유치원때부터 『혜은이와 결혼하겠다』고 할 정도로 노래.율동에 끼를 보였다.
6세 생일에 부모는 소형드럼세트와 피아노를 선물했다.아버지는그가 국교때 그린 「가수 자화상」그림을 사진 찍어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고교시절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춤추러 다닐 때도 어머니는 오히려 비용을 대주기까지 했다.
「룰라」의 헤로인인 김지현.안양예고 진학때 반대하는 아버지를『젊기 때문에 많은 걸 시도할 수 있다』며 설득한 경우다.
아버지는 이후 모니터 요원과 팬을 자청,지금껏 줄곧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누구나 「룰라」가 될 수는 없다.그러나 우리 주변엔 많은 분야의 「예비 룰라」들이 자신의 소질과 꿈을 신뢰받지 못한 채 어른들의 잣대에 희생당하는 것도 사실이다.
꼭 공부가 아니고 꼭 노래가 아닐지라도 한가지씩은 타고난 이들의 재능에 관심을 가져보자.
崔 勳〈대중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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