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 끝없는 추락… 기업 체감 경기 사상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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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경제가 좀체 호전되지 않고 있다. 기업 체감경기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고, 고용시장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택건설도 크게 감소해 건설경기마저 위축되고 있다. 부산지역의 경제고통지수가 전국 최악일 정도다. 신용불안 확산, 내수침체에다 최근의 원자내난까지 겹치면서 부산경제의 초토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 체감경기 최악=부산상의가 340개 업체(근로자 20명 이상)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4일 낸 '2분기 조사 경기전망'에 따르면 1분기 경영실적지수(기준치 100)는 62로 지난해 4분기(82)에 비해 20포인트나 떨어졌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1980년대 경기실사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경영실적지수는 지난해는 80대였고, 외환위기 때도 70대를 유지했었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의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경기전망지수도 1분기(85)보다 낮은 82로 나타났다. 2002년 2분기(98)이후 7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도는 것으로 2분기에도 경기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에 빠져 경기불황을 부채질 하고 있다. 건축 허가와 착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지역에서 건설(사업승인, 건축허가 기준)된 주택은 2천337가구로 지난해 1월 5830가구에 비해 60%나 떨어졌다.

기업의 '탈(脫)부산'현상도 부산경제를 피폐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총 381개 업체가 부산을 떠났다. 이 중 고용규모가 큰 제조업이 전체의 54.3%에 달했다. 지역 제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셈이다.

◆ 고용시장도 침체=부산에서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는 것'만큼 어려울 정도로 고용시장도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시와 부산지방노동청이 올들어 처음 실시한 채용박람회엔 수천명의 구직자가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 마감 시간을 넘기면서 구직자들이 줄을 설 정도로 심각한 실업난을 반영했다.

지난해 부산시의 취업증가율은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대 광역시 중 부산시의 취업증가율은 -5.8%로 2002년(3.6%)보다 9.4%포인트 급락했다.

◆ 경제고통 높아=부산 시민의 경제고통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높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광역시 중 부산시의 경제고통지수는 4.1로 전국에서 최고였다.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낮은 경북(-5.3)과 비교해 무려 9.4포인트나 차가 났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실업률+어음부도율-산업생산증가율'로 산출된다.

김형구 부산경제연구소장은 "부산시와 부산상의 등이 부산경제가 총체적인 난국임을 인식하고 시급히 대책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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