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근거 없는 떡값 폭로 깨끗하게 정리 못 하나” 격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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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그룹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전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의혹 제기에 대해 6일 청와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의혹 제기를 주도한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김 변호사는 타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아는, 훈련받은 법조인”이라며 “그런 분이 어떻게 이런 식의 근거 없는 폭로를 할 수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관계자는 “폭로 내용 중 단 한 가지라도 구체적인 내용이 있느냐”며 “육하원칙이 없는 폭로에 대해 당사자들이 스스로 나서 일일이 알리바이를 대면서 입증해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의 반발 강도도 전날보다 더 세졌다. 김 후보자는 “김 변호사를 7일 국회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세워달라”고 했고, 이 수석은 “변호사를 선임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현재 적합한 변호사를 물색 중이며, 무분별한 폭로에 대해선 끝까지 진상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강경 기류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안타깝다”고 말했다는 게 전부다. 그러나 폭로가 나온 뒤 이 대통령은 상당히 격앙됐다고 한다. 특히 의혹 당사자들이 내놓은 반박 자료를 보고 당사자들에게 더 강력한 대응을 직접 주문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두 사람의 해명 내용을 접한 이 대통령이 ‘좀 더 논란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없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5일 밤 두 사람이 새롭게 발표한 반박 자료엔 의혹 제기 직후 발표됐던 내용보다 훨씬 강한 표현들이 추가됐다. 당초 “전혀 사실무근, 막연한 소문이나 추측에 근거한 폭로성 주장”이라고 했던 이 수석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고, 김 후보자도 “참을 수 없는 모욕감…사정 라인과 국가중추 정보 라인을 무력화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강력한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란 내용을 추가로 넣었다. 새 정부는 장관 낙마 파문으로 출범 초기부터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핵심 사정 관계자들의 금품수수 의혹까지 더해질 경우 새 정부는 심각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으려면 작은 빌미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인 듯하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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