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백용호 "대기업 족쇄 풀어 경쟁다운 경쟁시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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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새 선장에 백용호(사진) 이화여대 교수가 낙점되면서 정책 노선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백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시장경제 신봉자로, 친기업·친시장으로 대표되는 MB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기업 규제를 강화했던 권오승 전 위원장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인 셈이다.

그는 임명된 직후 “기업의 무대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만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제는 기업이 공정한 질서를 지키면서 마음껏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기업 규제를 과감히 풀고, 공정 경쟁의 제도적 틀 만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공정위는 재계로부터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백 위원장의 첫 과제는 출총제 폐지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주회사 설립 요건(부채비율 200% 충족, 비계열 주식 5% 초과취득 금지 등)을 완화하고,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등의 규제에도 손을 댈 전망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서동원 상임고문은 “대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서민생활과 밀접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나 독과점에 대한 감시, 소비자 권익 부문에 대한 정책은 예전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공정위의 주업무인 경쟁정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전원회의를 통해 치열하게 법리를 따져 불공정 행위를 판단해야 하는 공정위로서는 관련 경험이 부족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위원장이 직접 주재하는 전원회의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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