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美폭탄테러 교과서는 "아이언 마운틴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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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의 굵직한 사회사건과 일본 도쿄지하도의 독가스살포사건이 특정 추리소설의 수법을 그대로 모방했다고 해서 충격을 던진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폭발사건의 배후로 지목받는 미국 민병대사이에도 필독서로 은밀하게 읽히는 「이 론서」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고 있다.
한때 지식인 사회에서 널리 읽혔던 『아이언 마운틴 보고서(Report From Iron Mountain)』라는 제목의 얄팍한 책자로 무장한 미국 민병대들중에는 심지어 오클라호마 연방정부청사 폭파사건이 민병대조직을 타파할 빌미를 마 련하기 위해정부가 저지른 공작이라는 논리를 펴는 사람도 많다.
이 책은 『장기적인 평화는 전쟁에 길들여진 사회에서 폭동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고 결론짓고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부는노예제도 부활.국제경찰창설 등으로 자국 국민을 표적으로 삼게 된다』고 암시하고 있다.민병대들간에는 이 책이 케네디행정부 시절에 석학들이 비밀리에 모여 탈냉전후의 평화시에 미국의 정책방향을 모색한 결과를 담은 정부보고서라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이 책의 역사는 67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존 F 케네디대통령 암살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던 가운데 디트로이트.뉴욕등지에서는 인종폭동이 휩쓸고 연일 베트남전 전사자들의 시신이 미국으로 도착하던 어수선한 시기였다.그런 불확실한 분 위기를 타고1백여쪽인 이 책자는 뉴욕과 워싱턴의 정치인.언론인.지식인사이에 돌려지기 시작했다.그때도 이 책자의 필자는 「존 도」라는 익명으로 중.서부의 사회학 교수라고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이 보고서를 책으로 펴낸 레너드 레윈이라는 편집자의 서문을 빌리면 63년 여름에 15명의 학자들이 극비의 스터디그룹을 결성,2년여에 걸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될 경우에 미국이 처하게될 문제를 예상하고 그 해결책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항구적 평화는 사회안정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용효과를 위해서도 그렇고 시민들이 정치인들에게 순종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전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이 발표초기에 냉전체제하의 지식인들 사이에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공산주의를 대체할 적을 당시로서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제시했기 때문이다.환경오염문제를 부각시키고 외계로부터의위협을 강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책의 출판사인 다이얼 프레스도 편집장인 E L 닥터로가 『래그타임』이란 소설로 이름을 얻었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았다.
67년 11월에 라이얼프레스의 사장이 이 책의 신빙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기사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렸고 잡지 에스콰이어에서67년 12월호에 2만8천단어로 발췌 게재한 사실도 당시 이 책의 인기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이 책의 출처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던 서평자들까지도 책 내용에 대해서는 걸작이라고 높이 평가했으며 시사주간지 타임에서부터 월스트리트 저널지까지 「존 도」라는 인물찾기에 나서기도 했다.그래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같은 인물은 공식적으로 이 책의 저자가 아님을 밝히기까지 했다.
저자가 여전히 안개에 싸였던 것과는 관계없이 이 책은 68년초까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자리를 지켰으며 그 몇년 뒤까지도 대학세미나나 학회지의 단골 논쟁거리가 되었다.그후 이 책은 15개국어로까지 번역되었으나 편집자 레윈이 더이상의 확대를 꺼리는 바람에 절판상태로 들어갔고 지금은 해적판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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