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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스포츠 육성 정책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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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런데 정권 인수 과정과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한 상황을 살펴보면 기대 밖이다. 정부 부처 내에 스포츠 문화를 선도할 전담 부처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부처 조정 과정에서도 스포츠 문화를 중시하는 듯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인수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는 인류가 가장 완벽하게 공유하는 문화다. 스포츠를 보고 감동하고 이해하는 것은 스포츠가 인류 공통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올림픽 경기와 월드컵 대회를 통해 수없이 증명되었다. 인류가 동일한 언어로 즐기는 스포츠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스포츠 문화를 공기처럼 일상적인 삶으로 향유한다. 스포츠를 향유하는 삶은 질 높은 삶이며 문화적인 삶이다.

스포츠는 선수와 관중이 동일하게 이해하며 즐기는 문화이며 동시에 경제적 부가가치·사회 통합·민주 시민의식·애국심·국가적 위세 등의 부수적 효과를 유발한다. 따라서 스포츠의 문화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국가적 과제다. 그러므로 선진국에서는 스포츠 참여를 교육권이나 노동권과 같은 국민 기본권의 하나로 취급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스포츠는 국민의 삶이며 동시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다. 경제와 스포츠는 상호 역동적 관계다. 스포츠 문화의 발전 없이 경제적인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역대 대통령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지원 정책을 경제성장과 비교하면 상관을 찾을 수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체력이 국력임을 강조하며 모든 국민이 매일 동일한 시간에 체조를 하도록 국민 체력을 강조했다. 스포츠 역량과 경제적 역량을 동일시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시에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으로 진입시키는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초석을 다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폭제가 되었고 피땀으로 획득한 금메달은 국가적으로 용기와 자신감의 귀중한 민족자본이 되었다. 스포츠를 통한 정신적인 민족자본 육성은 국가 경쟁력의 확대를 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학교 체육을 통하여 건강한 청소년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우수한 선수를 양성하는 체제를 강화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노무현 정부의 스포츠 정책은 낙제점이었다. 스포츠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없었다. 스포츠 문화를 독재정권의 정권 유지 수단 정도로 비하했던 ‘3S(Screen·Sport·Sex)’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보지 않았나 싶다.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전인교육 과정으로 학교 스포츠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주 1회 스포츠의 날을 정하여 운동복을 입고 등교, 스포츠 활동을 통해 동료애와 사회성을 길러주고 있다. 핀란드는 청소년에게 최대한의 스포츠 기회 제공을 정부의 임무로 본다.

우리의 새 정부는 아직 분명한 스포츠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경제가 중요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가 급할수록 국민의 기본 체력부터 향상시키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엘리트 체육을 발전시키고 스포츠 과학과 스포츠 산업이 병행 발전하는 선진국형 체육정책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국민 모두가 질 높은 스포츠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길을 열고 분위기를 진작해야 한다.

이상철 전 한국체육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