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만능배우 숀 코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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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뚱보나 마녀처럼 늙어가는 여배우에 비해 남자 배우들은 군더더기 없는 젊은 날의 모습에 중후함이 더해져 보기가 좋다.
숀 코넬리가 그 대표적 경우로 7편의 「007영화」로 전세계팬들을 사로잡더니 65세가 된 현재까지도 멋진 남자 배역은 혼자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007영화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64년 당대의 대가 앨프리드히치콕 감독의 『마니(Marnie)』에 캐스팅돼 제임스 본드와는 전혀 다른 남성으로 변신했다.절도 행각을 계속하는 여성을 아내로 맞아 어릴때 저지른 살인에 대한 죄의식에 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려깊은 남자로 열연,티피 헤드렌의 차가운 미모를 싸안는 이상적 남편상을 보여준 것.
『마니』이후에도 계속 「007영화」에 출연,미남 액션스타 정도로 남을 뻔했던 코넬리는 인도로 가 카피르족의 왕이 되는 영국 남자의 이야기 『왕이 되려고 한 사나이』(75년작)로 제임스 본드와 작별을 고하고 본격적인 성격배우의 길로 들어선다.
『바람과 라이언』에서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외교적 줄다리기를 하는 모로코의 회교 족장역을 맡아 납치된 미국 대사 부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까지 한다.
중년이 된 로빈훗과 그의 어릴적 여인 마리안의 재회를 그린 『로빈과 마리안』,혼란한 59년의 쿠바에서 옛 연인과 재회하는용병역을 맡았던 『쿠바』,소련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독신의 출판업자로 분한 『러시안 하우스』는 숀 코넬리의 남성다운 매력이십분 발휘된 작품들이다.
기사도를 발휘하는 이들 영화외에도 코넬리의 또 다른 매력이라할 수 있는,사건에서 한발 물러나 적당한 유머 감각을 살린 작품으로 『패밀리 비즈니스』와 『인디애나 존스-최후의 성전』등이있다. 코넬리의 작품중 가장 복잡한 인간심리를 그린 것은 『신문(The Offence)』.시드니 루멧 감독의 최고작이기도 한 『신문』에서 코넬리는 범죄현장만 보아온 베테랑 경감으로 범죄자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을 연기해 또다른 그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디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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