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고생가출촌>4."집에가기 싫어요"가출소녀 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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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다음은 여중고생 가출촌 기사를 취재하는 中央日報취재팀에 K모(17)양이 전한 자기의 가출경위와 현재의 심정을 적은 글이다.K양은 A여상 2학년 재학중 집을 나와 서울구로구가리봉동 가출촌에서 친구와 함께 거주하며 인근 술집 종업원으 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註] 저는 중학교 2학년때 까지만 해도 얌전하고착실한 모범생이었어요.부부싸움을 자주하던 엄마.아빠는 결국 이혼하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1년만에 새아빠를 만나 결혼했어요.음식점을 하는 새아빠가 용돈도 많이 줬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차츰 학교도 가기 싫어지고 중3때부터는 친구 권유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여상에 진학했지만 학기초인데도 친구들이 하나둘씩 가출하는등 분위기가 어수선해 가출한 친구집에 가 2~3일씩자고오곤 했어요.
술도 마시고 본드도 들이마시고,나이트클럽 가서 남자애들과 놀다 함께 자는 것이 너무나 마음 편했어요.방학때 한달간 친구집에서 지내다 들어가니까 엄마.아빠가 포기하더군요.
지난 3월 열일곱살 동갑에 중학동창인 M과『영원히 돌아오지 말자』고 맹세하고 아예 가출했어요.M이 어머니와 별거중인 아빠에게 50만원을 받아냈고 저도 돈을 보태 가리봉동에 보증금 50만원,월세 8만원짜리 방을 얻었어요.
너무 좋았어요.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잔소리 들을 필요도 없고.가출촌이라 그런지 대부분이 비슷한 아이들이어서 눈치볼 필요가하나도 없어요.밤새 술마시며 놀다 새벽에 본드 마신뒤 취해 잠들고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담배피워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열흘쯤 지나 돈이 대충 떨어져갈때 쯤 영등포역전 가라오케에서우연히 만난 마담언니가 일하는 시흥동 룸살롱에 취직했어요.
처음엔 가발도 쓰고 나이가 많은체 하며 손님방에 들어갔는데 나이를 솔직히 얘기하면 좋아하는 손님도 많았어요.언니에게 한달에 80만원정도 받았고 한달에 70만~80만원쯤 팁을 받아 돈은 마음대로 쓸 수 있었어요.
쇼핑하고 옷사입고,남자친구들 용돈도 주고,극장가고…,그런데 썼어요.한달정도 지났는데 심야영업하다 적발되는 바람에 경찰이 연락해 엄마.아빠가 찾아와 집으로 끌고갔어요.
엄마가 몸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놓아 학교는 제적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틀쯤 나가보니까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수군거리는 것이 꼴보기 싫더군요.
구인광고 보고 다시 술집에 취직했어요.몸이 아프면 가끔 엄마가 보고싶을 때도 있지만 죽어도 집에는 안돌아 갈거예요.저같은애들이 모여 사는 여기가 좋아요.전 장래같은건 생각안해요.어차피 버린 몸이고 살다보면 어떻게 될 것같은 생각 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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