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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오응서박사참관기>上.평양축전 日風판친 주체사상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4월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평양축전을 둘러본 재미교포 오응서(吳應瑞.71)박사가 본지에 사진과 함께 글을 보내왔다.이 기고문은 북한 현실에 관한 몇몇 시사점을 담고 있다.이를 축약, 두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미국 지구환경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吳박사(의학)는 평양고보 출신으로 평양에 사촌형제들을 두고 있지만 주소도 확인하지 못한채 아쉬움만 안고 돌아왔다고 한다.그는 한국의 「1천만 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편집자 註] 북한에서 「주체사상」은 「주체종교」로 변했다.
교주 김일성(金日成)은 신격화돼 「하느님」이 되고 아들은 「예수님」,당은 「성령」으로 바뀌어 삼위일체를 이룩했다.
「당신이 없으면 당도 없고 조국도 없다」는 김정일(金正日) 노래가 시끄럽게 울린다.일제때 신사(神社)처럼 김일성동상이 곳곳에서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지만 울면서 참배하는 사람은 볼수 없다.
학교.직장.관광단체에서나 줄을 지어 의무적으로 찾는등 형식에그치고 있다.
평양 인근의 강동군에 단군릉을 크게 세우고 「우리는 단군의 자손 김일성민족」이라 외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7천만 민족성원 모두가 김일성민족이라는 것이다.
중앙통신사 기자에게 『김일성수령이 그렇게 위대하다면 어째서 통치자가 바뀌어온 남한보다 훨씬 못사는가』『인민중에 누구라도 우리처럼 외국관광에 나설 수 있나』고 따져물으니 『우리도 이제부터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프로레슬러 이노키(일본 참의원)측에서 주관하다시피 한 체전에선 10만명의 인파가 능라도 5.1경기장에 운집했지만 보잘것 없는 쇼에 불과했다.항일투쟁으로 일관해왔다는 김일성의 대형초상화 밑에서 왜색 짙은 프로경기를 진행하는게 어색하 게만 느껴졌다.일본노래에 맞춰 북소리까지 울렸다.
백화점.호텔.야외 야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거의 일본제였다.승용차도 일부 벤츠200을 제외하고는 마찬가지였다.가라오케.
술집까지도 일본제가 판치고 있었다.한켠에선 일본어.상품판매에 관한 강의가 한창이었다.원산항구에서 보니 「만경봉 호」가 일본물품을 하역하느라 바빴다.
판문점으로 향한 길에 차량 왕래는 거의 없었고 군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한국에서와 같은 바리케이드가 곳곳에 보였는데 이를몰래 촬영하다 지적을 받아 난처한 경우를 당했다.
위장술 때문인지 판문점 인근은 벽촌의 한 마을 같은 분위기로느껴졌다.군대의 움직임이 없어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해금강쪽의 휴전선 해안가에선 숭어회.조개구이가 입맛을 돋웠고 해안에는 낡은 철책만 덩그러니 눈에 띄었다.
어쩌다 대화를 나누게 된 북한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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